올 1분기 잠정 영업익 6.6조, 매출 79조
증권가 전망치보다 영업익 1조원 가량 ↑
반도체 영업익은 전년 비해 60% 하락
2분기는 트럼프 관세 정조준 예상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D램 출하량이 개선되고 갤럭시S25 신제품 출시 효과가 실적을 다소 견인했다는 평이다. 다만 미국 트럼프발 관세 여파가 영향을 미칠 올 2분기부터는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8일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5% 감소한 규모이며 직전 분기와 비교해선 1.69%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7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4%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해서도 4.24% 증가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한 1분기 실적은 지난 7일 기준 영업익 컨센서스(증권사 3개월 추정치 평균)인 4조9613억원을 1조6000억원 이상 웃돌았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은 일제히 눈높이를 낮췄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발 관세 우려로 제품 주문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2분기에 발생할 매출이 1분기로 상당 부분 앞당겨진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잠정 실적 특성상 사업부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진 않지만, 모바일 사업이 예상 밖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부별 영업익 추정치를 종합해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1분기 영업익은 7000억원~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가 1조91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60% 이상 하락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HBM(고대역폭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내수 소비 진작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으로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하는 등 메모리 관련 전방 산업 수요가 견조한 덕분에 메모리 재고는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트럼프 관세 폭탄을 앞두고 선제 주문이 증가한 것도 출하량 개선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갤럭시S25 등 신제품 출시 효과에 힘입어 3조5000억원대의 영업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DX(디바이스경험) 내 가전 부문인 DA 사업부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돼 4000~5000억원 수준의 영업익을 올리는데 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기도 하나 여전히 트럼프발 관세 등의 불확실성이 커져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긴 어려운 상태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상호 관세로 한국에 25%를 부과했다. 삼성전자의 미국향 수출물량을 주로 생산하는 베트남에는 46%의 관세를 책정한 바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대미 스마트폰 수출분 전체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기준 MX사업부 영업이익률이 9%에서 3%로 6%p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2분기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속되는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으로 범용 D램과 낸드 재고가 소진되면서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HBM 등과 같은 AI 가속기 및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밖에 없고 대부분의 고객사가 엔비디아 등을 포함한 미국 내 글로벌 빅테크들이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메모리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