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광화문광장서 대선 출마 선언
'국민통합·시대교체' 기치로 내걸어
지지자 구름인파 …박수·환호 이어져
중도 소구력 강조…대통령 권한 축소 피력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국민이 분열된 상태에서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우리 모두를 위해 국민통합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대통령 탄핵 이후 당내 통합도 이뤄져야 합니다. 저 안철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부름을 받고자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 주요 대권주자들 중 첫 선언이다. 안 의원의 대권 도전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국민이 분열되고 경제와 일상이 무너져 있다며 안 의원은 이날 '국민 통합'과 '시대 교체'을 기치로 내걸고 대선 완주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날 현장은 안 의원의 지지자들로 구름 인파를 이뤘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으나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출정식이 시작되며 안 의원이 단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드문드문 서 있던 지지자들은 안 의원을 가까이 보기 위해 우르르 앞으로 몰려갔다.
남색 정장 입고 빨간색 넥타이를 맨 안 의원은 태블릿를 왼 손에 든 채 등장했다. 안 의원은 연설 직전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등 평소와 달리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태블릿 화면을 바라보며 선언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안 의원의 연설 중간 중간 '안철수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북돋았다. "맞습니다" "옳소" "안철수 잘한다"고 외치며 안 의원의 발언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할 때는 박수갈채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안 의원이 자신을 '이재명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을 할 때 지지자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환호를 지르며 목청이 떨어질 듯 "안철수"를 연호했다.
연설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갈수록 고조됐다. 연설이 끝나갈 쯤에는 안 의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지지자들이 큰 박수로 호응했다. 선언문 발표가 끝났을 땐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안철수" 이름 세 글자가 광장에 널리 울려퍼졌다.
선언문 발표 후 언론 질의응답이 곧바로 이어졌다. 평소 안 의원의 주장과 달리 중도층 소구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에 안 의원은 "중도 소구력을 아무런 근거 없이 말하지 않았다"며 "지난 23~24일 중앙일보와 갤럽 조사에서 중도의 제일 대표적인 2030을 대상으로 이재명 대표와 우리 당에서 나올 수 있는 7명 후보들 간 1대1 대결을 했을 때 내가 이 대표를 이겼고 또 가장 많이 이겼다"고 말했다.
이어 "또 지난 3월 6일 데일리안에서 2030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지지율이 제일 높은 두 사람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나였다. 1% 정도로 선두를 서로 다퉜다"며 "오늘 갤럽 조사에서도 내가 3등 안에 속하고 있는데 전부 1% 차이라 오차범위 안이다. 사실상 1~3등은 거의 비슷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상 중인 개헌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행정권, 국회에서 거부하더라도 장관을 거부할 수 있는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정부에서 입법할 수 있는 입법권까지 다섯 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다섯 가지 절대권력의 반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하원, 막강한 주지사들이 견제를 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 대통령은 그 아래 입법부·사법부·행정부·시장·도지사가 다 있다보니 견제가 안 된다"며 "다섯 개의 권한에서 최소한 두세 개 정도는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선언문 발표와 언론 질의응답을 마치고 퇴장하자 그의 주변은 가까이에서 인사를 하기 위해 물밀듯이 밀려온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구름인파 속 가까스로 한 발 한 발 내딛은 안 의원은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과 시가 적힌 액자 등 선물을 건네받자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기꺼이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안 의원이 떠난 후에도 그의 여운을 느끼려는 듯 한동안 자리를 머물다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