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1Q 선방...시장 기대 부합
2Q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시작, 대응력 관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잠정 집계지만, 업계는 두 회사가 시장 기대치에 대체로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2분기부터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곧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후 실적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15% 감소한 규모다. 매출은 7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4% 증가했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전망치를 모두 상회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잠정실적을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5조원 수준으로 전망해 왔다.
이같은 실적은 중국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으로 전방 산업의 견조한 수요에 더해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D램 물동량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도 실적 선방 역할을 했다. S25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인 21일 만에 국내 1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차세대 HBM 공급 성과에 더해 갤럭시 S25 엣지(Edge) 및 '갤럭시Z플립7·폴드7' 등 신제품 출시가 하반기 이어지는 만큼 불확실성을 상쇄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7일 낸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범용 메모리, HBM과 인공지능(AI), 중국의 선행 수요 등 3가지 축에 크게 좌우된다"며 "삼성전자는 현재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 2분기부터 HBM3e 12-hi 공급, 하반기에는 차세대 HBM4 수주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AI 반도체 시장이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는 움직임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도 "관세의 경우 모두가 같은 운동장에서 뛰는 것"이라면서 "핸드폰, 가전 등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예정돼 있다. 반도체는 미국 입장에서도 관세 등 리스크를 크게 가져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급 성과만 확실하다면 불확실성 속에서 상저하고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에 대한 평가는 반대다. 올 1분기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상고하저 패턴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LG전자는 지난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25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은 22조7447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이다.
분기 기준 최대 매출 달성을 이끈 요인으로 가전 구독 서비스와 냉난방공조(HVAC) 사업 성장이 꼽힌다. 회사 측은 기업간거래(B2B), 가전 구독·웹OS, 소비자직접거래(D2C) 등의 사업이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미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1분기 실적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는 2분기부터 시작되는 미국 관세 조치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도 뒤따른다. LG전자의 미국향(向) 매출 비중은 전사 매출의 약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 모두 높은 관세율이 매겨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LG전자의 상반기와 하반기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63%. 37%로 '상고하저' 이익 패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LG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1조167억원으로 미 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 2024년 기준 연결 매출액의 약 26%가 미주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관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전 업계가 상저하고의 패턴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통상 '가전 비수기'로 꼽히는 3분기부터 가전 수요가 줄어드는 영향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업계는 계절적 요인과 경기 영향이 실적에 크게 작용한다"면서 "통상 하반기에는 가전 수요가 침체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경기 침체의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가전 기업 전반이 어려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G전자의 경우 B2B 사업에서의 성과로 하반기를 버틸 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