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8로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 '도전장'
풀 하이브리드 같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개발
전기로만 주행 가능… 가격 상승 '310만원' 수준
"푸조 308은 최근 제가 눈여겨보고 있는 차세대 피겨 스타 차준환과 닮아있습니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은 푸조에 처음으로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 태생의 엄연한 수입차 브랜드지만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 없이 연명하던 푸조를 '하이브리드'를 통해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방 사장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근에서 열린 푸조 스마트 하이브리드 테크 아카데미에 참석해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소위 말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아니구나라는 걸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며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푸조의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로 308을 택했다. 푸조는 전날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으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차량이다. 푸조는 이번 308에 탑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기본 탑재할 예정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통상 48V 배터리가 장착된 하이브리드차를 일컫는데, 전기모터가 동력원으로 개입하지 않고 엔진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쳐 풀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대비 연료효율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하이브리드차 열풍이 거세지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이 기본 사양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채택하고 있지만, 연비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하이브리드'로도 불린다.
푸조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다. 단순히 하이브리드 간판을 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연료효율을 크게 높여주는 '세상에 없던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개발했단 점에서다. 방 사장이 푸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피겨스타 차준환 선수에 비유한 이유이기도 하다.
방 사장은 "(차 선수는) 굉장히 예술적으로 표현을 하면서도 점프를 하거나, 스피디하게 움직일 때는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다"며 "그런 느낌의 차가 308이 아닐까, 스마트 하이브리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푸조에 탑재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최대 특장점은 엔진의 개입 없이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변속기에 전기 모터가 통합 설계돼 엔진의 개입 없이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는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도심 주행 시에는 주행 시간의 최대 50%까지도 전기로 주행이 가능하다.
풀하이브리드차, 전기차에서만 가능했던 매끄럽고 섬세한 주행도 가능하다. 브레이크 해제만으로 전기 모드 저속 주행이 가능한 ‘e-크리핑’, 정차 후 재출발 시 전기 모터만으로 가속하는 ‘e-론치’, 정체 구간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저속 이동이 가능한 ‘e-큐잉’, 주차 시 1~2단 기어에서 전기 모터로 세밀한 조작이 가능한 ‘e-파킹’ 등 전기모드도 다양하게 지원한다.
작은 배터리 용량 탓에 풀하이브리드만큼 높은 속도에서 전기 주행을 할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마일드 하이브리드'라고 불리기 억울할 정도로 풀하이브리드에 가까운 셈이다.
김병희 스텔란티스코리아 트레이닝 매니저는 "물론 전기차가 탄소배출이 없고 좋지만, 충전인프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정적 이미지 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48V 하이브리드는 그런 리스크를 상당부분 줄여놨다. 전동화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화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해 이뤄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엔진 개입을 극대화해 때때로 전기 주행이 가능한 풀하이브리드 수준의 기술을 갖췄으면서도, 작은 배터리 용량 덕에 HEV, PHEV 대비 가격을 크게 낮췄다. 통상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가격 차이가 1000여만원 가량 발생하는 것과 달리 푸조 308의 경우 300여만원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실제 푸조 308의 지난 2022년 출시 당시 디젤 모델 기준 가격은 3680만~4230만원으로, 이번 하이브리드 모델(3990만~4650만원)과 가격 차이는 310만원이다. 2020년 기준 1763만원~2196만원 수준이던 국산 소형 SUV 가솔린 모델이 2023년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3165만~3422만원 수준으로 훌쩍 높아진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방 사장은 "'차도 좋아야 되지만 가격도 좋아야 된다'라는 부분이 저희한테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싸움의 연속이었던 부분"이라며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푸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줬다. 굉장히 똑똑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내놓으면서 가격 계획을 310만원대로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연비 효율 역시 풀하이브리드급으로 높였다.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처음 탑재된 푸조 308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합산 시 최고 145마력의 힘을 발휘하며, 연비는 복합 15.2km/l, 도심 14.1km/l, 고속 16.7km/l의 효율을 제공한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308을 시작으로 올해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408, 3008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방침이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하이브리드차 기술력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방 대표는 "작년 스타모델이었던 408을 전체의 약 42% 정도 비중으로 판매했었는데, 올해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체 10%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