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3000가구 매입 신청 접수에도 ‘미지근’
가격 두고 이견…“원가보다 낮아, 차라리 할인분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의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LH와 건설업계 간의 미분양 주택 매입 가격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으로 파악되는데 지난해 실적을 남기지 못한 채 운영이 중단된 보유토지 매입 사업과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는 이달 말까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매입 신청을 받지만 이번 신청 기간에 매입 목표인 3000가구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신청이 들어올 지는 미지수다.
LH 관계자는 “아직 접수 초기 단계로 업체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신청 물량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H가 매입 신청을 받게 된 배경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악성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3722가구로 지난 2013년 10월(2만4667가구) 이후 약 11년 만에 2만3000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악성 주택 재고 대부분은 지방에서 발생했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80.8%인 1만9179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는 상태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도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고 정부는 LH가 직접 3000가구 규모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매입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건설 업계의 신청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LH는 매입 상한가격을 LH 감정평가액의 83% 수준으로 정하고 신청업체가 상한가격 이하로 매도 희망가격을 제시하도록 해 낮은 가격의 주택부터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을 도입한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반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악성 재고에 대한 고가 매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매입 기준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너무 낮은 가격에 신청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LH에서 정한 매입 상한 가격 자체도 시세보다 낮은데 여기에 역경매 방식까지 적용되니 원가조차 건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LH가 실시한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사업도 이와 유사하게 건설업계와의 이견으로 단 한 건의 실적을 내지 못하고 철회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LH가 건설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3조원 규모를 목표로 추진됐는데 건설업계에서는 매입 가격 기준이 낮은 데다 역경매 방식이 적용돼 실거래가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는 점을 불만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이번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매입 목표 달성을 채우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매입 상한선인 감정가의 83%도 시세보다 낮다고 판단된다”며 “결과적으로 원가에 미치지 못할 정도의 가격에 팔라는 건데 그렇게 LH에 매각하느니 자체적으로 할인분양을 하는 게 낫지 않겠나”고 토로했다.
이어 “매입 가격에 시세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적용되면 가격적인 면에서 좀 더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LH 입장에서 높은 가격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했다가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건설사에서도 매각하기 쉬운 가격은 아니다”며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