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수석급, 한남동 관저 찾아 배웅
尹 관저·사저 앞 지지자들에게 인사 가능성
대선 앞두고 본격 사저 정치 시작할지 주목
중도 이탈 불러와 대선 본선 악영향 우려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사저 정치'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권주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당한 당일 한남동 관저를 찾아온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준비 당부'를 한 데 이어 지난 5일엔 나경원 의원을 만나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 의원은 1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대선 출마 선언 직후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며 "제게도 힘껏 노력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또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도 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6일에 이어 10일에도 관저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10일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 함께 관저를 찾았다.
전 씨는 이날 자신이 만든 인터넷 매체 '전한길 뉴스'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씨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윤 전 대통령께서 지키고자 하셨던 '자유민주주의 수호' '법치와 공정과 상식이 살아 숨쉬는 나라'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가 본격화될 경우 당내 대선 경선과 대선 본선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윤심(尹心)이 당내 경선에선 강성 지지층 표심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본선에선 오히려 '중도층 이탈'을 불러와 부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한 원로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선거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계속 나오면, 중도층이 떨어져 나가 무조건 선거에서 진다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화면접으로 공동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를 보면, 앞으로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의 바람직한 관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0%가 '출당시키고 정치적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27%는 '중립적 입장에서 법적 절차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했고, '계속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중도층에선 54%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찬성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들은 11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기 전 한남동 관저를 찾을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나 사저 앞 지지자들에게 직접 인사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초동 사저는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초 6개월 가량 출퇴근했던 곳으로,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계획 수립과 사전 점검을 마친 상태다. 경호처는 약 40~50명 규모로 경호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관저에서 함께 생활하던 반려견·반려묘 총 11마리도 사저로 데리고 갈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불편이나 반려동물과의 생활 등을 고려해 추후에 단독주택 등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