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원대 지급보증에 수백억원 규모 사재출연
시장선 "최소 1조5000억 필요한데"…진정성 의문
정치권·금융당국·투자자 등 압박 수위 높여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 수습을 위해 사재출연에 이어 600억원대 지급보증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납품 업체와 개인투자자, 금융기관 등 이해 당사자들의 피해·손실을 보상하고 홈플러스의 경영도 정상화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채권단 등의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대한 600억원의 DIP 대출을 추진 중이다.
DIP는 회생절차를 개시한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에 대출 허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재판부의 결정이 이뤄지면 대출이 실행된다.
대출 조건은 금리 연 10%, 만기 3년이다. 김병주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6000억원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선다.
김 회장은 이번 대출 지급 보증과 별도로 지난달 홈플러스에 수백억원 규모의 사재를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김 회장이 출연한 사재와 대출 보증을 합치면 1000억원 규모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출연금 규모가 피해 및 경영 정상화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해결해야 할 채무와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1조5000억원의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DIP 대출의 경우 김 회장의 돈이 한 푼도 투입되지 않아 책임 있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홈플러스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김 회장이 책임을 지는 것인 만큼 당장 현금을 투입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고금리 대출로 홈플러스의 이자 부담만 커지는 셈이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이해 당사자들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0일까지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로부터 구체적인 변제 계획과 관련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앞서 정무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김 회장이 구체적인 사재 출연 및 변제 재원 마련 방안을 이달 10일까지 제시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상거래 채권자 및 개인 기업 투자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2조원의 사재를 출연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또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김 회장과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이성진 재무관리본부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의 피해액은 900억원대다.
금융당국도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0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MBK파트너스 대상 검사, 조사와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사실 관계가 파악됐다”며 “검찰·증권선물위원회와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절차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은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청문회 등 관련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재 출연과 지급 보증이 김 회장의 책임론 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며 “재발 방지 등 구체적인 구제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