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앙대 캠퍼스내 맥도날드서 간담회
대학생들과 웃음꽃 피우며 정책제안 경청
金 "정년연장, 300만 노조원 연장하잔 것"
羅 "구연금·신연금 분리해 청년 돈 지켜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이 청년정책을 놓고 '찰떡공조' 행보를 보였다. 김 전 장관과 나 의원은 노동·청년·민생 경제정책 공조 행사를 통해 △정년연장 △청년주거 △주52시간 근로제 △연금개혁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김문수 전 장관과 나경원 의원은 12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대학생·청년들과 노동·청년·민생경제 정책을 놓고 패스트푸드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편안한 복장으로 나타난 두 대권주자는 대학생·청년들과 격의없이 웃음꽃을 피우며 청년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행사는 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관내 중앙대로 김 전 장관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대의 랜드마크인 영신관 앞에서 학생들과 만난 김 전 장관과 나 의원은 학내 맥도날드로 이동해 점심식사 주문을 함께 했다.
공직선거법 규정상 일괄 주문이 불가능해 각자 키오스크로 주문을 했는데, 1963년생인 나 의원은 물론 1951년생인 김 전 장관도 어렵지 않게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사전환담 과정에서 나 의원은 참석한 대학생들과 동작구 관내 현안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다. 김 전 장관도 나 의원을 "최고 국회의원"이라고 추어올리며 장단을 맞췄다.
나경원 의원은 "최근에 내가 흑석고등학교를 유치해서 다들 좋아하지 않느냐"며 "원래 확보한 예산으로는 좋은 학교를 지을 수가 없기에 내가 엄청 열심히 했다. 헌재(헌법재판소) 앞에만 가서 서 있는 게 아니다"라고 웃었다.
이어 "우리 제2순환선(내부순환급행철도) 만들자고 했던 것 기억 나느냐. 흑석역에서 신촌역까지 15분만에 갈 수 있게 된다"며 "서울은 순환선(2호선)이 한 바퀴 도는데 90분이 걸리는데, 빠르게 안쪽으로 돌면서 정차역도 줄인 제2순환선을 만들면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중앙대를 위한 공약"이라고 자부했다.
그러자 곁에서 듣고 있던 김문수 전 장관은 "옛날에 비해서 중앙대 주변을 보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첨언했다. 나 의원이 "국회의원이 열심히 해서 발전했다"고 하자 "최고 국회의원이야"라고 화답해 좌중이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문수·나경원, 거의 모든 쟁점 견해 일치
나경원 "정년연장, 청년일자리 빼앗을 것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 타파해야 한다"
김문수 "300만 노총원 정년 연장하잔 것"
햄버거 취식과 함께 본격 시작된 정책간담회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와 관련해 나 의원은 결국 청년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으로 되돌아올 것을 우려했다. 김 전 장관도 한국노총과 민노총, 거대 노조의 조직화된 근로자 300만 명만을 위한 제도라고 평가했고, 나 의원도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얼마 전에 토론회도 했는데, 정년연장을 한다고 하면 청년일자리를 빼앗지는 않겠다지만 기업이 지급할 수 있는 임금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라며 "지금 제일 중요한 게 청년들 일자리인데, 김문수 전 장관 말씀대로 나는 요새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문수 전 장관은 "정년연장은 한국노총과 민노총 300만 명의 노조원들의 정년을 연장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관점을 보였다.
부산서 상경한 학생, '1000에 76'에 거주
기숙사 커트라인, 4.5 만점에 4.4에 달해
나경원 "지방학생들에게 너무 부담된다"
김문수 "기숙사 너무 부족하다" 공감대
청년주거와 관련해 나 의원과 김 전 장관은 좌중의 한 중앙대 학생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6만원인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런 비용은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기숙사 확충 등 주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학생이 "기숙사가 안되는 바람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6만원짜리 방에서 살고 있다"며 "기숙사는 심할 때는 학점 4.5 만점에 4.4에서 짤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김 전 장관을 바라보며 "월 1000에 76이라고 한다. 진짜 오르지 않았느냐"라고 놀라워 했다. 그러면서 "매달 76만원이면 지방학생들에게 너무 부담이 되더라"며 "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도 기숙사 수용률이 30% 정도밖에 안된다는 말을 듣자 "너무 부족하네"라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주52시간 근로제 탓 신입취업 문 좁아져
경력 위주로만 돌아가는 채용 구조 호소
김문수 "자유롭게 계약으로 하도록"
나경원 "청년고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서는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생으로부터 먼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근로시간이 경직돼 있다보니까 일을 가르쳐야 하는 신입을 뽑지 않고, 기업들이 바로 굴릴 수 있는 경력 위주로 채용을 해서 청년들이 신입으로 취업할 문이 더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나경원 의원도 "청년고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공감했다. 김문수 전 장관은 "우리처럼 이렇게 52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고 이런 것은 너무 경직된 것 아니냐"라며 "유연하게 주4일제 32시간 근로하는 직장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더 많이 근로하는 곳도 나올 수 있고, 자유롭게 계약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자"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 현장을 둘러싸고 있던 방송사의 ENG 카메라를 가리키며 김 전 장관은 "내가 방송국에 가서 '여기는 주52시간 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렇게만 일한다는 곳은 거의 없더라"며 "요즘은 몇 시간 일하는지에 상관 없이 과업만 해내면 봉급을 국회의원·장관보다 더 많이 받는 사람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연금개혁, '청년층에 부당' 공감대 이뤄
김문수 "곧 연금 탈 사람들이 결정…
청년 목소리 반드시 반영토록 고치겠다"
나경원 "KDI도 구연금·신연금 분리론"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나 의원과 김 전 장관이 공히 지금의 연금개혁 방향은 청년들에게 걱정이 될 수 있는 방향이라는데 공감했다. 해법으로 김 전 장관은 결정이 이뤄지는 공간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시스템적으로 더 많이 반영할 것을, 나 의원은 국민연금을 분리해 구(旧)연금과 신(新)연금으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김문수 전 장관은 "연금은 이제 내는 것도 더 내고 받는 것도 더 받는다는데 얼마나 지속할 수 있겠느냐"라며 "연금개혁위원회에 청년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보면 청년은 없고 나이 든 사람들, 우리 같이 연금 곧 탈 사람들이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잘못하면 완전히 빈 깡통이 돼버리는 것이다. 빈 깡통만 쳐다보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라며 "나는 청년의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할 수 있도록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나경원 의원도 "청년들이 불안한 것 아니냐. 나는 돈만 내고 나중에는……(못 받는 것 아니냐)"이라며 "KDI에서 구연금과 신연금을 분리하자고 했다. 과거에 이미 잘못 짜여진 연금은 연금대로 하고, 여러분이 낸 돈은 여러분들이 받게 해주겠다는 구연금·신연금 분리제도다. 여러분이 낸 것을 남이 함부로 가져가지 않도록 지켜주겠다는 게 내 공약"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학생들과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하며 맥도날드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많은 이야기를 나눈 김 전 장관과 나 의원은 상당히 흡족한 표정으로 행사를 마치고 나왔다. 직후 김 전 장관과 나 의원은 기자들과 문답을 통해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 전 장관은 "지금도 청년보좌역, 청년정책심의위원회 같은 게 많이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청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인구비례 이상으로, 전체 인구 대비 청년인구보다 더 많이 가중해서 청년대표를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청년들과 오늘 고용·노동정책을 비롯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역시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동개혁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안된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딱 한마디 드리고 싶다.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 받으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