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캐파 대폭 확대...HBM 추격 강화
SK하닉, 5세대 넘어 6세대 제품 입지 공고히
삼성전자, 5·6세대 HBM 투트랙 전략 취할 듯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HBM이 여전히 견고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엔비디아로부터 HBM3E(5세대) 12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GB300)'에 탑재할 제품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HBM3E 12단은 엔비디아의 GB300에 맞춰 설계됐다"며 "우리는 HBM에 대한 고객 인증에서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HBM3E 12단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으며 용량과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HBM3E 12단이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해온 엔비디아향 차세대 HBM 공급망에 합류하게 됐다. HBM3E 12단 제품의 공급을 맡은 업체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뿐이다.
마이크론은 지속적인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해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기존 대만 타이중 공장에 더해 지난해 8월 인수한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AUO의 공장 2곳을 HBM 생산을 위한 D램 기지로 리모델링하며 생산능력을 높였다.
또, 10조원을 투자한 싱가포르 HBM 공장 건설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의 공장도 증설 중인 상황이다. 일본 히로시마에 짓고 있는 HBM 등 D램 생산공장은 당초 계획이었던 2027년 가동 계획을 1년 가량 앞당겼다.
이와 함께 글로벌 생산 거점에서 근무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소속의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 모시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하고 있다. 현재 시장 주류 제품인 HBM3E 12단을 엔비디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데 더해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 이미 올해 HBM의 모든 물량이 솔드아웃(완판)된 상황이다.
그룹 총수도 나서 HBM 경쟁력 강화에 공들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찾아 HBM 분야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양산을 준비 중인 HBM4 논의를 위한 출장길로 업계는 분석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TSMC와 HBM4 개발 협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출장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동행했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모두 역량을 총집결하며 HBM 경쟁력 강화에 몰입하는 가운데, HBM3E 공급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삼성전자의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은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 제품의 뚜렷한 공급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HBM3E 수율 개선과 HBM4 개발·양산을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선 올해 상반기 내로 엔비디아에 HBM3E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HBM4는 연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 제조 인력 일부를 메모리 제조기술센터 등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최근 통상 환경 변화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HBM 시장의 지속 성장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HBM 경쟁력 확보가 곧 반도체 선도 기업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인 만큼 역량 결집에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