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에 맞서 우방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방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폭탄’을 함께 맞았다는 ‘동병상련’의 감정이입을 통해 반미(反美) 공동전선을 펼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14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 베트남 지도부와 회담한다. 이번 순방은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방문이며, 국가주석직 취임 후 4번째 베트남 방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는 격화된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의 안정적 파트너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하는 외교적 행보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이날 방문에 앞서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년전’(인민)에 실은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새로운 발전’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자간 무역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두 나라 관계가 ‘운명공동체’라며 “두 나라는 산업·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녹색 발전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양국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과 중국을 잇는 3개 철도 노선 구축 사업, 스마트 항만 건설 사업에서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럼 서기장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중국 최고지도자 중 가장 많이 베트남을 찾은 시 주석이 “베트남의 진심 어린 동지이자 절친한 벗”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또 중국이 베트남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세 번째로 큰 외국인 투자 국가라며 두 나라가 3개 철도 노선 건설 등 주요 양국 협력 프로젝트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지난 2일 발표된 상호관세 명단에서 미국으로부터 중국산 상품의 대미 우회수출 경로로 찍혀 46%라는 초고율 상호관세의 표적이 됐다. 이 때문에 중국산 제품을 베트남으로 들여와서 ‘베트남산’으로 생산국 표시만 바꿔 미국으로 수출하는 불법 환적 단속을 강화하는 등 미국 관세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은 곧이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도 방문한다. 오는 15∼18일은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순회 회장국인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머물며 각각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