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주거·연금 주제 청년과 소상히 토론
"기본소득 포퓰리즘" '이재명 감세' 때리고
"남산길 산책"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도 꺼내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2030세대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2030 남성들이 진보 진영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념 지역을 떠나 후보의 공약과 면면을 따져 보고 이해관계에 따라 표심을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로 작용하기 시작하면서 각 캠프에서는 젊은 층 표심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지난 2023년 소셜미디어(SNS) '스레드(Threads)' 열풍을 타고 '동연쓰' '형'이라는 애칭을 얻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여의도 한 카페에서 '토크 콘서트'를 통해 20여명의 청년 대학생들과 함께했다. 아주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김동연 지사는 학생들과 다년간 교류했던 경험을 살려 특유의 온화함과 자연스러움으로 청년들을 맞이했다. 일반적인 형식을 벗어나 '역질문'을 던지는 김 지사의 모습은 젊은 층을 위하는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동연 지사가 도착하기 전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질문을 검토하던 학생들은 김 지사의 식견과 진심에 깊이 감동한 모습이었다. 특히 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는 김 지사의 모습은 단연 '젊은 선거'를 지향하고자 하는 바람이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김동연 지사를 향해 △일자리 △주거 △연금 △개헌 등을 주제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김 지사는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는 한편, 연애사를 묻는 짓궂은 질문에도 현 아내와의 결혼 과정, 데이트 코스까지 소상히 털어놓으며 청년층과 간극을 좁혔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일자리와 청년 정책에 대한 질문이었다. 김동연 지사는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7년을 일하면 6개월의 안식년을 주는 제도를 제안했다.
김 지사는 "청년 일자리는 청년만 타겟팅(겨냥)하기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직접적 보조·지원은 자원의 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청년 창업 역시 청년 뿐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살리고 초기창업에 집중된 지원을 그 이후 스케일업(규모 확장) 쪽으로 균형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기본소득' 정책과 자신의 '기회소득'은 명확하게 차이점이 있음도 강조했다. 김 지사는 "기본은 누구에게나 무차별하게 주는 거다. 어떻게 보면 포퓰리즘일 수 있다"며 "나는 기본이란 말을 안 쓰고, 기회라는 말을 쓴다. 내 철학은 기회다.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라고 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무차별적으로 현금으로 정기성을 가지고 주는 거라 엄격한 의미의 기본소득은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내가 하는 기회소득은 우리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한 한정된 분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청년 기회 사다리 금융'을 소개했다.
김 지사는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기회소득에 대해 "그냥 주는 게 아니고 사회의 가치 창출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상은 장애인·돌봄 종사자·예술인·체육인 등으로 좁고, 대부분 한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만든 사회적 가치가 시장으로부터 평가받게끔 하는 거라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기'자만 같고 엄청난 서로의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크콘서트 도중 김 지사가 청년들을 놀라게 한 화법은 '역질문'이었다. 김 지사는 돌연 "여러분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냐"며 "정치 경제 상황, 계엄과 내란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 속 무엇이 가장 우려되냐"고 의견을 청취했다.
청년들의 고충을 들은 김 지사는 "양심 있고 실력 있는 지도자가 바꾸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청년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같이 있지 않으면 지금의 제도가 그대로 간다.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점에서도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청년 정치를 적극적으로 행사했으면 좋겠다. 정말 중요한 이해 당사자들을 무시한 채 수많은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청년층이) 더욱 목소리를 내달라"고 응원했다.
대화 중간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아내와의 연애사'도 청년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 지사는 "아내 학교 근처인 남산길에서 함께 산책을 많이 했다"며 "당시 나는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직장 다니면서 고시 공부했고, 그렇게 아내와 만나게 됐다"고 호응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