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물 재해 예방 위성 개발
C-밴드 영상레이더로 전천후 관측
데이터 수집·분석 위한 센터 건립도
“기후 위기 대응 글로벌 리딩 기관 도약”
이상 기후가 심화하면서 가뭄과 홍수 등 물 관련 재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브라잘에서는 홍수 피해로 152명이 사망하고 104명이 실종됐다. 한국도 지난 2023년 6월부터 7월 사이 한 달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47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실종되는 등 큰 피해를 경험한 바 있다.
물 관련 재해는 예측 가능성이 피해 정도를 결정짓는다. 그만큼 관련 기술 개발과 조기 경보 시스템 고도화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세계 최초 ‘수자원 전용 위성(차세대중형위성 5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1년 시작한 위성 개발 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총 2008억원을 투입해 홍수와 가뭄 등 수자원·수재해 감시에 필요한 지상운영 시설과 활용체계를 구축한다.
수자원 영상위성 본체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맡고 탑재체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담당한다. 위성 개발에만 1509억원을 투입하고, 위성 운용을 위한 수자원위성센터 설립에도 499억원을 투입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자원 전용 인공위성 개발을 최초 기획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2012년과 2015년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등 수문을 열어 접경 지역에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른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접경 지역 홍수 피해가 반복하자 한반도 전역 하천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단으로 인공위성 필요성이 대두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인공위성을 운영 중이나, 이를 능가하는 ‘수자원 전용’ 위성이 필요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우리나라 위성은 주로 가시광선에 기반해 영상을 확보함에 따라 악천후 등에서는 관측이 어렵고 해외 위성은 한반도를 지나가는 주기가 보통 6~12일 정도 걸려 필요한 시기에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든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공간 홍수 예보, 가뭄, 녹조 감시, 댐 및 보 수리 시설물 변화 관측까지 가능한 위성을 개발하기로 했다. 2018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2021년 위성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수자원 전용 위성은 500㎏ 정도 중형위성에 C-밴드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다. 영상레이더는 지표면에서 반사된 레이더파의 미세한 시간차를 처리해 영상데이터를 얻는 형태다.
태양광이 필요한 기존 광학 위성과는 달리,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밤 시간대나 악천후에도 운용할 수 있어 해상도가 높고 구름이나 그림자 등으로 가려진 지역도 관측 가능하다.
관측 범위도 넓어진다. 고해상도 영상 데이터를 직접 취득해 정확한 홍수 관측이 가능하고 홍수 피해에 필요한 시간도 6시간 이상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폭우로 인한 지형 변화나 땅속 수분함량까지 실시간으로 계산해 토사 붕괴 등 위험 정보로 주민 대피 시간도 벌어준다.
입체감 구현에도 강점이 있어 홍수와 가뭄 등 지형변화와 수질 이상 감지에도 적합하다. 하루 두 차례 한반도 재방문 관측이 가능하고, 위성이 한 번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은 강원도 면적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월 독일항공우주청과 ‘수자원 위성 영상레이더 품질 최적화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초소형 위성영상 기반 주요 지역 분석 및 실감화 지능 기술개발’ 국가연구과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를 통해 취득할 위성 데이터 품질을 높이고 실시간에 가까운 정밀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단계 계획으로 자체 예산을 투입해 초소형 군집위성 체계를 구축, 더욱 정밀한 수자원 감시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위성은 총 4기가 군집해 이틀간 3회 관측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댐과 수도 등 국유재산 감시, 녹조, 접경지역 시설물, 식생 분석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수자원 전용 위성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지상운용체계 구축도 마무리 단계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자원위성센터’를 세종특별자치시에 건설해 위성에서 수집한 수자원 위성 정보의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설립하는 수자원위성센터는 일반 업무시설부터 통합운용실, 위성통신 장비실 등 특수업무 통제시설 등이 들어선다. 수자원 전용 위성 발사 전초기지 역할은 물론, 향후 위성에서 수집하는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물 재해 대응 정책 기반 마련을 지원하게 된다.
김병기 한국수자원공사 K-water 연구원장은 “위성을 활용한 초정밀 재해 감시와 대응 기술은 기후위기 시대 국제협력을 이끄는 전략 기술”이라며 “환경부와 협력해 기후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기후테크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