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여전히 높은 물가와 미국 금리 인하 지연이 동결 이유"
"상호관세 90일 유예된 상황…정책 발표 지켜보며 결정할 듯"
"환율 1400~1450원 유지하면 5월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의 4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고환율 부담과 미국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숨 고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 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7일 금통위를 열고 4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연 3.5%까지 올렸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 11월과 올해 2월 각각 0.25%포인트(p)씩 총 세 차례 인하해 2.75%까지 낮췄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현재 2.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5월~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300원대까지 떨어졌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급등했다. 여기에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142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미국이 아직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4월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이 주된 이유"라며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아직 목표치인 2%대를 웃돌고 있고,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지 않고 있다. 또 미국 연준(Fed)이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져 한국이 섣불리 먼저 인하할 경우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론 국내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담을 고려할 때, 연내 금리 인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하지만 그 시점은 하반기 이후, 특히 미국의 금리 전환 신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책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일단은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된 상황이기에 정책 나오는 것을 봐가면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아직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책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원·달러 환율이 지금처럼 1400~1450원대를 유지한다면 오는 5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한국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상호관세 문제가 남아있고 환율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불확실성이 완화된 5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경기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한은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동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인 2%대 초반을 웃돌고 있다. 경기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환율이 142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환율변동성도 너무 커진 상황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변동성 때문에 인하 시점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한은은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시장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4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방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주부터 환율이 1400원대까지 내려오는 등 외환시장이 안정화됐다.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이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집값도 안정화(상승폭 둔화 수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크게 뒤집히지 않는다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양 교수는 "기준금리만 내린다고 큰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 인하 이후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너무 크다. 악영향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