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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㉝]


입력 2025.04.15 14:06 수정 2025.04.15 14: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요즘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부부갈등을 다루고 있다. 필자도 그러한 프로그램을 종종 챙겨보는 편인데, 그 안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자녀들인 것 같다. 부부갈등 그 자체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의 정서에 영향을 주지만, 자녀들에게 충분한 영양소를 제공하지 않거나 정서적 교류에 소원한 부모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보통 문제의 원인은 부모의 기본적인 성향이나 어린 시절 등에 있었다. 또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출산 전 부모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필자 뿐 만은 아닌지, 종종 출산 전에 상 담센터를 찾아 부모 교육을 받고자 하는 부부들이 있다. 사례를 통해 ‘좋은 부모’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보겠다.



ⓒwww.canva.com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나와 남편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막연하게 걱정이 되어요


약 2달 뒤 출산을 앞둔 A씨는 분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막연한 걱정이 생겼다. 자신과 남편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물론 검색해보면 ‘좋은 부모’에 대한 정보는 참 많다. 교육을 강조하는 이야기, 공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단호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등 여러 정보들이 모두 ‘내 말이 옳다’라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아이에게 나와 아이에게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막연하게 ‘잘 할 수 있다’고만 한다. 그리고 자신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대충 키우셨다면서, 아이를 너무 열심히 키우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만 고민하는 것 같고 답답해져서 한숨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좋은 양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오늘도 혼자만의 고민은 깊어간다.


A 부부의 마음상태 및 성향 등을 확인하고자 기질 및 성격 검사를 포함한 정서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섬세하지만 더러 쓸데 없는 걱정이 많은 아내, 추진력이 좋고 대처가 빠르지만 다소 부주의한 남편


검사 결과, A씨는 타고나기를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향을 타고난 것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미리 대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과 관련, 실제로 일상에서 문제를 겪는 일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예측하고 통제 가능한 문제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이러한 성향은 육아에서도 이어졌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A씨는 실제로 출산 전부터 여러 육아 관련 책을 구매하여 읽어두었고 임신 초반부터 육아용품도 부지런히 마련해 놓았다고 보고하였다.


다만 한편으로, A씨는 더러 작은 걱정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걱정에 몰두하다가 정작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을 소지가 엿보인다. 소위 말해 ‘쓸데 없는 걱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답이 나오지 않는 걱정을 거듭하다 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쉬이 소진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그리고 A씨의 남편의 경우, 일을 추진하거나 문제에 대처하는 속도 전반이 매우 빠른 것으로 고려된다. 오래 고민한 후 대처하기 보다는 우선 일을 추진한 후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더 나은 대처를 찾아나가는 편이다. 또한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를 겪더라도 정서적 동요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고려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육아 장면에서 자녀에게 용기나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상황을 겪더라도 크게 걱정하거나 화내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한편으로, A씨의 남편은 다소 부주의한 대처를 보일 소지도 엿보인다.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마저 놓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남편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곧장 대처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겪지 않아도 될 문제를 겪게 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또 이 상황을 지켜보는 A씨는 매우 불안해질 가능성이 시사된다. 그리고 이는 양육관에 대한 부부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일부 엿보인다.


검사자 제안 : ‘좋은 부모’가 되려 노력하기 보다는, 내 기질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을 잘 조절해보려 노력해보기.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 인정하고 보듬어주기.


사실 아이가 어떤 성향과 건강상태를 가지고 태어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낳고 키워가면서, 그리고 아이를 관찰해가면서 이 아이에게 맞는 양육태도를 찾아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질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A씨는 스스로 ‘한 가지 문제에 꽂히면 그것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면 좋겠다. 때문에 출산 및 양육 과정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하루 이상 고민하는 일이 생긴다면, 잠시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고민만을 거듭하다 보면 그 고민이 점점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이 되고, 더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이상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결국 스트레스일 뿐이다. 또한 A씨 자신의 고민에 몰두하느라 눈앞의 아이가 보이는 중요한 행동을 놓칠 수 있다. 때문에 우선 몸을 움직이면서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려 해보자.


그리고 남편의 경우, ‘괜찮겠지’라는 마음을 경계하면 좋겠다. 특히 꼼꼼한 아내가 어떤 걱정을 이야기했을 때, 대처가 빠른 남편은 아마 아내보다는 쉽게 해결방안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내의 걱정을 무조건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넘기기만 하지 말고, 그 걱정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해보려고 노력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하다보면 남편의 대처능력이 보다 섬세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서로의 성향을 인정해주고 보듬어주는 것이다. ‘당신은 왜 그렇게 무성의해?’, ‘왜 맨날 쓸데없는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면서 상대방의 성향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부모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상승하고 타인 또한 배려할 수 있다. 결국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은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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