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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무덤에서 깨어난다면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5.04.16 07:00 수정 2025.04.16 07: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혼탁한 韓 정치 상황 속 시작된 조기대선

후보들, 묘역 참배 전 스스로를 돌아 봐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인 지난 2023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시민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곳에 안장된 역대 대통령들이 무덤에서 일어난다면, 당신의 묘를 찾은 '지금 시대'의 정치인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실까요." (현충원 묘역관리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6·3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역대 선거가 그랬듯 각 정당 대선 주자들의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는 대수롭다. 참배 후 방명록에 쓰여진 '통합'의 다짐과 '책임'이란 약속의 결과도 공허하다. 누구의 정신을 계승하겠다, 무엇을 이루겠다는데 이제껏 무엇이 바뀌었는지 난센스다.


정치인들의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가 잦은 것은 정치권이 혼탁하다는 방증이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가 조기 대선 국면 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 방식부터 사실상 '이재명 맞춤형'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단어도 유행어다. 민주당의 모든 시선과 기대가 이재명 예비후보 한 사람을 향해 있다. 전과의 유무, 재판의 유무, 청렴성의 여부는 무관하다.


어대명 시류에 반발하는 당내 일부 대권 주자를 향한 공격의 언어도 일상이다. 일부 강성 의원들과 극렬 지지자들의 탈당 압박도 사사롭다. 이 예비후보도 최근 당대표 시절 자신의 체포안 가결파를 향해 "검찰과 내통했다"고 했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하위평가에 든 비명(비이재명) 의원들을 향해선 "빵점 맞은 분도 있더라"며 웃었다. 일부 의원들이 탈당했고, 민주당은 분열했다.


국민의힘은 더한 지탄의 대상이다.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을 배출하고서도 반성 여부를 알 길이 없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인용 직후 사석에서 만난 국민의힘 한 인사는 "보수 정당이 두 번째 탄핵을 맞은 것은 '1인자 비위 맞추기 정치'를 반복한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한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1640만의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했다. 이 사견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의 공식 사과문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그럼에도 반성과 대안없이 상대방 찍어내리기에 혈안이다. 자유와 책임이 부재한 보수 정당은 의뭉스럽다.


제21대 대선이 시작됐다. 각 정당 후보들의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행렬도 이어질 것이다. 늘 그렇듯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한 뒤, 방명록에 '통합' '국민' '자유' '평화' '경제' 같은 각자의 목표를 새길 테다. 그러나 참배에 앞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한 번 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지금 내가 참배한 대통령이 무덤에서 깨어난다면, 과연 내게 어떤 말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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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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