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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출 앞둔 현대제철, 국내선 몸집 줄이기…노사 불씨 ‘여전’


입력 2025.04.16 11:37 수정 2025.04.16 11:37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트럼프발 관세 대응,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투자 결정

자회사 매각·희망퇴직 단행...비상경영 속 구조조정 병행

7개월 노사 갈등 봉합됐지만...일자리 축소 우려 긴장감 남아

현대IFC본사 전경. ⓒ현대IFC

현대제철이 8조원대 규모의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자회사 매각과 공장 감산, 희망퇴직 시행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총파업까지 이어졌던 노조와의 갈등은 잠정합의안 가결로 일단락됐지만 노사 간 긴장감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제철소 신설과 병행해 단조 자회사 현대IFC 매각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측면에서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의 이번 자회사 매각은 단순한 계열 재편이 아니라 대규모 해외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4년간 3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정책에 선제 대응에 나섰다. 현대제철도 그룹 기조에 따라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국내에서는 감산과 희망퇴직 등 비상경영 조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초 인천공장의 철근 설비를 한 달간 전면 가동 중단했다. 전체 철근 생산라인을 멈춘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글로벌 철강 경기 침체와 대외 불확실성 심화에 따른 대응 차원이다.


노사 갈등은 최근 들어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은 총파업과 직장폐쇄를 반복하며 7개월 넘게 이어졌다. 현대제철 노사는 최근 기본급 10만 1000원 인상과 기본급의 450%+1050만 원의 성과금 지급에 합의했고 5개 지회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이를 추인했다. 노조는 당초 현대차 수준의 보상을 요구했으나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과 시황 악화 등을 감안해 합의안을 수용했다.


다만 성과급 합의로 일단락된 노사 갈등도 불씨는 남아 있다. 국내 인력 감축과 자회사 매각, 공장 셧다운 등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 투자 확대 기조가 겹치면서 내부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일자리 축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경우 노사 간 불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현대제철

이런 경영 불확실성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수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에 6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619억원, BNK투자증권은 727억원 이상의 손실 가능성을 각각 제시했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판재류와 봉형강 제품 가격 부진, 파업에 따른 인천·순천·당진 설비 가동 중단과 봉형강 감산 지속 등으로 약 65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을 둘러싼 이 같은 흐름은 철강 산업 전반에 대한 공동화 우려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철강과 자동차를 포함해 미국에 통 큰 투자를 선언하며 현지 공급망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현대제철 역시 그룹 전략에 따라 현지화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과 고용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실제 현대제철을 포함한 철강업체들의 국내 인력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강성 노조와의 반복되는 갈등, 경직된 노동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내 투자 환경의 매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미국 전기로 투자와 자회사 매각은 단기 실적 방어이자 중장기 재편을 위한 포석이지만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되면 노사 관계도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투자 축 중심이 해외로 옮겨가는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산업 공동화 우려도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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