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차량용으로 사업 키우는데 성공
관련 매출도 성장세, 中 BYD 공급도 대폭 확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MLCC 수요도 지속
최근 국내 전자업계 전반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칼바람 앞에 서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자사의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출발해 차량용 부문으로 사업을 키우는데 성공하면서 관련 매출도 상승 중인데 이는 향후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삼성전기의 올해 차량용 MLCC 매출이 1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9700억원을 넘어서며 이미 '조 단위' 매출 코 앞에 다가선 만큼 올해 연 매출은 거뜬히 그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차량용 MLCC 점유율도 20%를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삼성전기의 차량 고객사 확보가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중국 전기차업체 BYD(비야디)에 공급하던 MLCC 제품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국내 및 글로벌 부품·완성차 업체에 MLCC를 납품하곤 있었으나, 이번 BYD 공급 물량 확대는 향후 자율주행 및 전기차 시장에서의 MLCC 수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LCC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부품으로, 전류가 흐르는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간다.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가전 제품 등 모든 제품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최근에 생산되는 자동차의 경우 과거와 달리 기계 부품 대신 전자 시스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달리는 전자제품'이 된 만큼 들어가는 MLCC의 수는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월등히 많다. 보통 차량용 부품 한대에 수 천대, 전기차의 경우 최소 1만 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등과 비교해 더 고내구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가격도 높다.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 성장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특히 BYD의 경우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로 올해 55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모델에 삼성전기의 MLCC가 탑재된다하더라도, 전체 시장 내 삼성전기의 점유율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삼성전기는 BYD 외에도 샤오미 등과도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삼성전기가 주력하던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성숙기에 접어들며 점차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근 하드웨어보다 AI(인공지능) 기술 관련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면서다. 아울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당장 부품 가격 인하 압박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삼성전기는 자동차와 로봇 시장 등에 더욱 집중하며 실적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장덕현 사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도 "차량 부품사로 체질 개선을 마쳤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올해 초 바르셀로나 MWC 현장에서도 "로봇 시장도 엄청나게 큰 장이 될 것이라 (MLCC 및 카메라모듈 등의) 분야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글로벌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장 분야에서는 3~4위 정도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번 중국 BYD 공급 확대로 인한 향후 순위 변화도 기대된다. AI 관련 MLCC 시장에서는 일본 무라타와 나란히 1위를 다투며 시장의 약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IBK 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기 1분기 실적과 관련해 "2조669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1979억원으로 72.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