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다음 국민의힘도 은행장들 소집…'정치적 과잉개입' 논란
지난해 금융지주 순이익 역대급…'상생 압박' 더 커지나
"정치적 과도한 개입이 금융 건전성 흔들 수도"
최근 정치권의 잇따른 호출에 금융권이 내색 못 할 부담감을 안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은행을 향한 정치적 요청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금융권이 '정치금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지난 1월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은행장들을 직접 소집하면서 정치권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후보는 "여러분들한테 뭘 강요하거나 강제하기 위한 자리가 전혀 아니다"며 사전 진화에 나섰으나,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는 곧장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로 당시 금융권 내부에서도 대통령조차 좀처럼 소집하지 않는 은행장을 직접 호출한 것을 두고 '과잉개입'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간담회 이후에도 정치권의 은행권 호출은 계속됐다.
이달 9일에는 국민의힘이 주요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로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력히 당부했다.
이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회장들을 소집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때 일수록 금융지주회사 등이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지 이틀만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아닌 정치권이 민감한 금융 현안에 직접 개입하려는 추임새 만으로도 금융정책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에 대한 정치권 호출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정치권이 앞다퉈 금융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부작용이 돌아갈 수 있다. 정치와 금융의 건강한 긴장 관계는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이미 각종 사회공헌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 책임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기류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불 피해 복구, 통상 문제 대응을 위한 우리기업 지원 등 최근 사회적 이슈가 많았지만, 이전에도 다양한 이름으로 금융 지원을 해왔다"면서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은 공감하지만, 정치권의 잦은 개입은 금융의 자율성과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이 전망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상생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전날 발표한 KB·신한·하나·우리·NH·iM·BNK·JB·한투·메리츠 등 10개 금융지주사의 2024년 연결 당기순이익은 23조8478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적 방향과 은행의 사회적 책임은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무분별한 정치 개입은 시장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