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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비전 없는 대선 주자, ‘분단 부역자’에 ‘종김주의자’ 되려나


입력 2025.04.18 07:07 수정 2025.04.18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데일리안 DB

대선장(大選場)이 다시 열렸다. 3년 만에 갑자기 서는 장이라 여(與)든 야(野)든 야단법석이다. 대망의 꿈을 안고 선수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래도 큰 장이라 눈을 열고 귀를 세우지만, 국회의원장(國會議員場)이나 자치단체장(自治團體場)과 다를 게 없다. 저마다의 목청 속에 소중한 그 말이, 귀중한 그 분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통일’이 없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수들이 헌법을 잊었다.


여든 야든 똑같다. 무소속 출마자가 나오면 다를까.


토론에서 본격 발표하려, 통일 비전을 가다듬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헌법 3조), 대한민국의 원수인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헌법 66조),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헌법 69조)는 것들이 깡그리 무시된다.


필자는 이 대선판을 그대로 두어야 옳은가. 체념하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고민이다.


국민의 고통을 덜고 희망을 심고자 선수들이 저마다의 부동산과 일자리 해결책, 장밋빛 경제 청사진을 들이미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 목적지로 국민을 안내할 수 있을까.


성장의 필수요건인 노동력이 있나 토지가 있나 자원이 있나 시장이 있나.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반도는커녕 남쪽 섬나라가 되어 교통로(路)도 막힌 대한민국의 반쪽에서 과연 가능할까.


우리가 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잘 살기 위해서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극복하고, 민족적・역사적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고 더욱 가꾸며, 남북한이 힘을 합쳐 부국(富國)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형편에 민족 간의 대립으로 인적・물적・정신적 힘과 능력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을 끝내기 위해서이다.


통일해야 우리는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고, 군사적으로 완전한 주권을 누릴 수 있다. 전쟁의 공포 없이 8000만명에 육박하는 인구로 G7 진입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다. 극단적 대립을 벗고 사회통합도 진척할 수 있다.


통일을 통해 좁게는 동북아 넓게는 전 지구적 차원으로 평화를 확산하고, 타 국가 타 민족의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는 선수는 통일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당선되면 통일을 이루어가는 틀 속에서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헌법 69조). 국회의원이 아니라, 자치단체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려는 선수가 통일의 꿈을 품지 않거나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가, 정치가, 혁명가였던 도산 안창호는 평생을 ‘조국 독립’에 바쳤다.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 의거로 옥고를 치르고, 1937년 수양동우회(修養同友會) 사건으로 다시 일제에 체포되었다. 독립운동을 계속할 것이냐는 취조 검사에게 도산은 의연히 대응했다.


“그렇다 나는 밥을 먹는 것도 독립을 위해, 잠을 자는 것도 독립을 위해, 가는 것도 독립을 위해, 오는 것도 독립을 위해, 숨을 쉬는 이 순간도 독립을 위해. 나더러 독립운동을 그만두라고 하면 죽으라는 것과 같다. 죽더라도 혼이 있다면 독립운동은 계속할 것이다.”


21대 대선 막이 올랐다. 선수들이 조국 독립의 현 시대적 의미이자 명령인 ‘통일의 화두(話頭)’를 가슴으로 안기를 소망한다.


분단을 기정사실로 하여 분단에 순응하거나, 분단 고착에 이바지하는 사고와 행태를 하는 ‘분단 부역자’가 아니라, ‘통일 지도자’가 되겠다는 기개와 결기를 보이기를 소망한다.


당 강령에 ‘통일’과 ‘자유민주주의’가 유일하게 명확히 규정된 ‘국민의힘’ 소속 선수들만은 그렇지 않은 당 출신들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남쪽 대통령이 되려는가.


통일 의지를 보이고, 원칙과 방도를 제시하고, ‘한반도 자유·평화·통일’에 대한 미·일의 동의까지 이끈 윤석열의 정책은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주민을 총살하든, 재갈을 물리든, 눈과 귀를 막고 굶겨 죽이든, 화형에 처하든,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김정은과 공존하려는, 그것도 ‘평화’란 이름으로, 또 그것을 통일이라 주장하는 정치인과 당을 대한민국 국민이 다시 겪어야 하는가.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김정은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2018년 9월 19일 평양 연설)를 보내고, “매우 솔직하고(very honest) 열정적이며(very enthusiastic) 돌아가는 세상일에 훌륭한 생각을 가진 강한 결단력 있는 사람(one with strong determination who has a good idea of what is going on around the world)”(2021년 6월 23일 타임지 인터뷰)이라고 국제적으로 칭송한 문재인을 떠받든 정치인과 당을 대한민국 국민이 다시 인내해야 하는가.


지난 대선에서 “통일을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2021년 11월 20일)라고 말했다가 비난받자, “통일을 단기적 직접 목표로 하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사실상의 통일 상태, 통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헌법이 정한 통일에 이르는 길”(2022년 1월 16일)이라며 헌법을 자의적으로 비튼 이재명 선수가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하나.


김정은이 ‘2민족·2국가’를 주장하고, 남북 관계가 얼어붙었다고 통일을 말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김정은의 노림수다.


김정은이 체제 대결에 자신 있다면 2민족·2국가를 주장하겠는가.


남북 간 국력 차가 유사 이래로 가장 크게 벌어지고, 북한 경제를 회생할 능력도 방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의 기본적 의·식·주마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대한민국의 영향을 차단하면서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고안한 선전·선동에 우리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는 선수가 말려들어서야 하겠는가.


김정은이 뭐라고 주장하고 세뇌하건, 북한 주민이 정말로 우리와 다른 민족이고 다른 국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원하겠는가.


북한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으나, 북한 역사에서 김정은은 단지 짧은 시간을 장식할 뿐이다, 그렇게 끝나도록 해야 한다. 그 전제는 남북이 하나의 민족임을, 하나의 국가가 되어야 함을 잊지 않고, 통일 의지를 다지고 북한 주민에 다가가는 일이다.


그 선봉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서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는 선수가 통일을 가슴에 품지 않고 통일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분단 부역자’일 뿐 아니라 김정은을 추종하는 ‘종김주의자’다.


역사에 앞서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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