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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에이비엘 '잭팟'...바이오 황금알 낳는 거위 된 '플랫폼'


입력 2025.04.17 14:47 수정 2025.04.17 14:53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에이비엘 ‘조’ 단위 플랫폼 기술 이전 성공

특정 질환과 약물에 한정되지 않는 ‘확장성’

‘시장성’까지 챙긴 국내 바이오텍 플랫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플랫폼 기술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AI 이미지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플랫폼’ 기술 수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테오젠과 에이비엘 등 초대형 플랫폼 기술 이전 소식이 잇따르며 플랫폼 개발이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업계 먹거리가 다변화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국내 바이오 업계의 기술 수출은 후보물질 중심이었다. 후보물질이란 임상을 거쳐 신약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화합물을 의미한다. 대개 하나의 후보물질이 하나의 신약 개발로 이어진다면 플랫폼은 기반이 되는 기술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나의 후보물질 하나의 약…‘플랫폼’은 다르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이 ‘조’ 단위 플랫폼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7일 영국계 빅파마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플랫폼인 ‘그랩바디-B’를 약 4조1000억원에 기술 이전했다.


그랩바디-B는 BBB를 통과하기 어려운 기존 약물의 한계를 개발하기 위해 개발된 플랫폼이다. BBB는 유해한 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주요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를 통해 약물이 BBB를 통과해 효과적으로 뇌에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


협의에 따라 GSK가 그랩바디-B 플랫폼을 적용할 후보물질 타깃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GSK가 복수의 신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데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에이비엘바이오보다 먼저 초대형 플랫폼 수주를 따낸 기업은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2020년 미국의 머크(MSD)와 4조7000억원 규모의 ‘ALT-B4’ 플랫폼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플랫폼 기술 수출로도 꼽힌다.


알테오젠의 ALT-B4 플랫폼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로 정맥주사(IV) 제형의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현재 MSD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ALT-B4 플랫폼을 적용한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 SC’ 품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두 기업 외에도 많은 국내 바이오텍들이 플랫폼 기술 이전 실적을 쌓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인 ‘콘쥬올’을 기반으로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리가켐바이오는 2020년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와 ADC 플랫폼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에는 일본의 오노약품공업과 컨쥬올을 이용한 물질 발굴에 나섰다.


이처럼 다양한 신약 개발에 적용이 가능한 플랫폼은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정 질환이나 약물에 한정되지 않는 ‘확장성’을 지녀 보다 다양한 영역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 다른 장점은 여러 기업에 기술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후보물질의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이 아니면 대개 하나의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플랫폼은 독점 계약이 아니라면 다양한 글로벌 빅파마와 거래할 수 있다.


GSK와 타깃 독점 계약을 체결한 에이비엘바이오도 계속된 협상 끝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타깃은 치매로 잘 알려진 알츠하이머의 원인 단백질로 주목 받는 대상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두 타깃을 대상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추가 플랫폼 기술 이전을 체결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도 플랫폼 기술 이전 관련 간담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은 시장성이 너무 크기에 독점 계약에서 제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GSK를 설득해 두 타깃을 지켰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기본적으로 ALT-B4 플랫폼 기술을 여러 기업에 비독점적으로 라이선스 아웃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일한 타깃이나 동일 성분이라도 여러 기업에 플랫폼을 이전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MSD와의 계약에서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라는 특정 품목에 한해 독점권을 부여했다.


업계는 활발한 플랫폼 기술 이전이 국내 바이오 산업의 고도화를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 전무는 “빅딜 성사는 글로벌 빅파마들로부터 고난도의 플랫폼 기술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여러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컨텍을 하고 있고 피드백을 반영한 데이터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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