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동결
환자계 “전공의·의대생에 특혜·배려 반복”
보건의료노조 “보신주의와 무책임의 극치”
“안타깝다” 복지부, 교육부와 집안싸움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1년 만에 의대증원 정책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2026학년도에 한해 대학들이 의대 모집 인원을 2024학년도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지난달 7일 의대생들의 복귀 조건으로 ‘정원 동결’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한 달 만에 선제적으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며, 이번 결정을 ‘마지막 기회’로 규정했다. 이 부총리는 “아직 복귀하지 않은 학생 여러분께서 결단할 차례”라며 “더 늦기 전에 조속히 학업에 복귀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2026학년도 모집인원은 조정되었지만 2027학년도 이후의 입학 정원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에 따라 수급추계위원회를 중심으로 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정부의 발표를 두고 “이제라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근거 없이,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증원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 잘못을 고쳐 다시 이야기하자고 1년을 넘게 이야기했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왜 이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가 의사들에게 굴복했다”며 “1년 넘게 이어진 의료 공백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의 의료공백 사태에도 국민과 환자는 견디며 버티며 엄청난 피해와 고통도 감수했었다”며 “그 결과가 정부의 사실상 의대정원 증원 정책 포기 발표라니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과 환자 앞에서 약속했던 의사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의 근본적인 방향을 뒤집는 배신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와 배려를 반복하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에 국민과 환자는 더는 걸 기대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의사집단에 무릎 꿇는 탄핵 정부”라고 힐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사회적 논의 없이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동결 방침을 발표”라며 “의대생 복귀도 의대 교육 정상화도 의료기관의 정상화도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결국 의사 집단에 무릎을 꿇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동결 발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 온 환자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단지 작금의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정부 관료들의 보신주의와 무책임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교육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복지부는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여건을 감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면서도 “3월 초 발표한 2026년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달 7일 교육부의 브리핑 때도 “의대교육 지원방안의 취지를 이해하지만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에둘러 반대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는 복지부 관계자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날 브리핑 역시 복지부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