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유명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는 “당신이 불평등할 권리조차 없다면,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자유주의적 질서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자 오늘날 대한민국 골프장 산업이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꿰뚫는 말이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골프장은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골프가 일부 부유층들만의 스포츠에서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기업들의 투자, 경쟁, 그리고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 정도의 시장의 자율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각종 규제, 특히 그린피 상한제와 복잡한 환경 규제는 골프장 산업의 생기를 점점 잃게 만들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업의 창의성을 동시에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정부는 종종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개입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골프장 규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린피에 대한 직접적 개입은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모든 골프장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든다. 고급 골프장을 지향하는 경영자도, 저가 대중형 골프장을 운영하고픈 기업가도 같은 규제의 틀 안에 갇혀버린다. 시장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실종되고 소비자는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서비스를 받는 무색무취의 골프장에서 ‘선택할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
혹자는 기존 대중형 골프장들이 그린피 상한 규제를 받지 않는 대신 대중형 골프장보다 고급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비회원제로 전환 시 대중형 골프장과 달리 종부세와 개별소비세까지 부과받기 때문에 경영하는데 있어 부담이 막대하다. 그래서 비회원제 골프장 중에서는 차라리 회원제로 전환하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곳도 있지만 한국엔 대중형 골프장이 회원제로 전환할 수 있는 법안이 없다.
인위적인 가격 규제는 한국 골프장을 하향평준화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골프장은 호텔과 비슷하다. 침대만 있는 저렴한 호텔도 있고, 시설이 좋은 럭셔리 호텔도 있다. 각자 사정에 맞춰 호텔을 찾아간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티타임 7분 간격 골프장과 10분 간격 골프장을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그린피 상한제는 위헌 요소도 있다. 학원비 상한제도는 대부분 위헌 판결을 받았다. 사교육 요금도 이런 실정인데 골프장 그린피를 정부가 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이것이 국민을 위한 정책인가? 실상은 획일적 평등을 강요하는 비시장적 개입일 뿐이다. 마거릿 대처가 경고한 ‘불평등할 권리’의 상실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한다. 대처는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개인은 불평등하게 소비하고 불평등하게 성공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자유가 있어야 사회는 역동성을 잃지 않고 상향평준화가 가능하다.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차이를 존중할 때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규제는 고급 골프장도 저가 골프장도 모두 중간 가격대로 묶어버리며,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개성은 사라진다. 소비자는 "싸서 좋다"거나 "비싸도 고급스럽다"는 판단 자체를 할 수 없다. 선택의 기준이 무너지고 시장은 무의미해진다. 그 결과 경쟁이 사라진 시장은 정체되고 혁신은 실종된다.
프리드먼은 ‘선택할 자유’에서 “정책이 개인을 대신해서 결정할 때, 정부는 마치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존재인 양 행세한다”고 비판했다. 지금의 규제 정책은 정부가 시장보다 현명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배웠다. 시장은 실패할 수 있지만, 정부는 더 자주 실패한다는 것을.
정부의 골프장 규제는 시장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자유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철학적 오류까지 안고 있다. 개개인이 다양한 욕구와 소득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작동한다. 그것이 선택할 자유이고 불평등할 권리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골프장은 더 이상 다양하지 않다. 누가 만들었든, 어디에 있든, 가격은 비슷하고, 서비스는 비슷하다. 마치 정부가 “당신은 그 정도만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자유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불평등한 소비를 통해 자유를 경험하고, 사회는 그 속에서 진화한다.
누구나 같은 가격, 같은 서비스, 같은 코스를 경험하는 사회는 얼핏 평등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강제된 평등일 뿐이며, 자유의 본질은 아니다. 진정한 공정은 규제와 통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자유’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전 세계 골프장 수보다도 많은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 골프문화의 다양성은 바로 시장의 자유로움 속에서 피어난 것이었다. 어떤 이는 50만원을 내고 프리미엄 코스를 원하고, 또 어떤 이는 7만원에 실속 있는 코스를 찾는다. 그것이 진정한 선택의 자유요, 대처가 말한 ‘불평등할 권리’다.
다양성과 경쟁이 사라진 산업은 결국 소비자에게도 손해다. 정부가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자유로운 가격 경쟁, 정책의 유연성, 시장 자율의 복원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물어야 한다. 골프장에 대한 반지성적 규제가 진정 국민을 위한 규제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하는 척 하면서 시장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고 있는 것인가?
미움 받을 용기를 내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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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