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금지국가인 이라크에 최소 선수단만 파견
비기기만 해도 본선행 확정, 패하면 경우의 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6월 이라크 원정을 중립 지역이 아닌 예정대로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 치른다.
17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6월 5일 열리는 한국과 이라크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9차전 경기 장소를 이라크 바스라로 확정했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로써 대표팀은 6월 5일 이라크 원정을 치른 뒤 곧바로 귀국해 같은 달 10일 쿠웨이트와 최종전을 벌인다.
당초 이라크 원정은 제3국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이라크는 외교부 지정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FC는 경기를 치르는데 문제가 없다 판단했다. 다만 외교부 권고에 따라 선수단 구성을 최소화하고 방탄 차량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역시 선수단 안전과 빠른 이동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요르단 원정서 전세기를 운영한 바 있다.
다만 이라크 현지 사정을 고려해 붉은악마 등 원정 응원단은 운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대표팀은 다른 원정경기 때보다 더욱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라크와 맞대결을 펼친다.
홍명보호 입장에서 이번 이라크전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다.
만약 이라크전에서 승리하거나 비기기만 해도 본선행을 확정한다. 반면, 패한다면 경우의 수가 다시 고개를 드는 끔찍한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은 중동 원정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이번 3차 예선서 중동 팀들과 엮이는 조편성을 받았는데 홈에서 1승 3무(5득4실)로 부진한 반면, 중동 원정에서는 오히려 3승 1무(9득3실)로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라크에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다면 부담을 덜고 귀국해 쿠웨이트전을 치르는 게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플랜B를 구상해야 하는데 쿠웨이트전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선수들 또한 팬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본선행을 준비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요르단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홈경기에 대해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는데 홈에서의 부진한 경기력이 그 이유였다.
현재 축구대표팀은 4승 4무(승점 16)를 기록하며 B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 이어 요르단이 승점 13(3승 4무 1패), 이라크가 승점 12(3승 3무 2패)로 뒤를 쫓는 상황이다.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라크 원정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부담스러운 홈 10차전과 마주할 수 있다. 이라크에서 반드시 본선행을 확정해야만 하는 홍명보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