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제기
미국 상호관세, 정부 추경 등 경제 성장 영향
건설, 소비심리 위축···전문가 “내수 경기 진작 힘써야”
국내 경제에 대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침체된 내수 회복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정부 추가경정예산안 시기 등이 경제 성장 저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소비심리 둔화, 건설, 고용 등 전반적인 내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관세, 경제심리 위축···韓 1분기 ‘역성장’ 전망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경제 상황 평가’를 통해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2월 경제전망에서 1분기 성장률을 기존 0.5%에서 0.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는 그간 이어진 국내 정치 불확실성, 미국의 관세에 대한 우려로 3월 중 경제심리가 다시 위축된 영향이다. 여기에 초대형 산불과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도 겹쳤다.
한은은 “올해 들어서도 가계·기업의 경제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4월 이후 미국이 예상보다 강경한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내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경제 상황과 향후 성장 흐름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장기 침체···고용 불안정, 내수 경기 타격
건설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져있다. 통계청의 ‘2025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은 건축(-2.2%)에서 공사 실적이 줄었지만 토목(13.1%)에서 공사 실적이 늘어 전월 대비 1.5%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는 일시적 회복일 가능성이 커 추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 건설업 부진 등 경기 하방 리스크에 따라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도 적잖다.
또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21.0% 줄어 사실상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침체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 침체는 고용 한파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는 194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18만5000명으로 8.7%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이뤄진 201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1분기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을 통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건설업 고용 쇼크를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악의 건설업 고용 쇼크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건설업의 위기가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건설업은 높은 고용창출력을 갖기 때문에 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는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심리 넉달째 비관...내수 안전판 구축 필요
소비심리 역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95.2)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진 지난해 12월(88.2)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수 경기 안전판을 구축해 경기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1분기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을 통해 “수출 성장 견인력이 사라지기 전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강화해 경기 침체를 방어하는 것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수출 경기 진작과 맞물려 내수 회복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내수 인구의 비율이 상당하지만 여전히 내수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며 “수출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수출에 쏠린 균형을 내수와 함께 다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