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저비용·고효율을 앞세워 충격을 안긴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미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미 하원은 엔비디아가 딥시크에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제공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발간한 16쪽짜리 딥시크 조사 보고서를 통해 “딥시크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국 AI 모델의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AI 칩의 수출통제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어 “딥시크 모델이 미국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유출된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허가 없이는 중국에 판매할 수 없는 미국산 반도체 칩이 사용됐다”고도 지적했다. 미 상무부는 앞서 지난 14일 엔비디아에 중국 납품용으로 개발한 저사양 AI칩인 H20의 중국 수출이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이날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 실태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에 2020년 이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1개국에 AI 칩 500개 이상을 판매한 고객의 목록과 용도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딥시크가 미 정부의 수출 제한 품목에 해당하는 엔비디아의 칩 2만개를 포함해 모두 6만개 이상의 칩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존 물레나르(공화·미시간) 위원장은 “딥시크의 칩 활용은 심각한 국가안보 실패”라며 “미국 기업이 적대적 정권의 AI 기술 확장에 이바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저사양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길은 막혔다. 이 칩은 미국 정부가 2022년부터 대중 수출제재를 실행하면서 반도체의 연산 능력과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기준으로 설정하자 그 기준대로 성능을 낮춰 엔비디아가 개조한 제품이다.
이에 미 상무부는 14일 엔비디아에 H20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H20 재고와 구매 약정 등으로 인한 손실로 1분기(2~4월) 실적에 55억 달러(약 7조 8000억원) 비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최근 딥시크가 중국 인민해방군(PLA) 및 핵무기 연구기관 등과 연계된 연구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딥시크 소속 연구자들은 핵무기 연구소 등 미 정부 제재대상 기관들과 협업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NYT는 보도했다. 딥시크는 민간기업을 자처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국가 프로젝트와 밀접하게 연계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딥시크는 지난 1월 600만 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한 AI 시스템 ‘딥시크-V3’를 공개하며 전 세계 AI업계에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미 대형 기업들이 수천만 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AI 모델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미국 기술 우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발표 직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 폭락하며 시가총액 6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그러나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데이터를 불법 수집해 자사 AI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A 시스템 간 ‘지식 증류’(distillation) 기법을 활용한 사례로 미 의회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