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FC-BGA 생산 허브, 구미 '드림 팩토리'
로봇으로 100% 물류 자동화 통한 품질 혁신
AI 기반 품질 검사로 불량↓생산성 및 신뢰 ↑
"난도 높은 서버용도 2026년에는 생산 가능"
"사람, 불량, 고장, 사고, 이 네 가지가 없다고 해서 'NO Four'라고 부릅니다."
2만6000㎡ 규모의 생산 현장에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든 설비와 시스템이 연결된 자동화 공장, 곳곳에 '수율은 우리의 자부심', '수율이 경쟁력' 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기계와 로봇이 돌아가는 생산 현장에서의 '수율(양품비율)' 강조 배경은 바로 '이물 및 사고 방지' 등 생산성 향상과 연관이 있다. "호흡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로도 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는 LG이노텍 구미 사업장 관계자의 설명에 그제야 'NO Four' 문구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카메라 모듈, 패키지 기판, 전장 솔루션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LG이노텍은 최근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지난 2022년 사업 추진 발표 후 4개월 만에 파일럿 양산에 성공,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로부터 인수한 구미4공장을 최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 '드림 팩토리'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17일 LG이노텍은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 FC-BGA 생산 허브인 구미 사업장을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눈썹·침 한방울이 불량된다... "사람 접촉 최소화"
FC-BGA 메인 공정 설비가 구축된 '드림 팩토리' 생산현장에 입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물과의 전쟁'이다. 두 겹의 장갑, 마스크, 위생모 및 방진복을 착용해 머리카락 한올도 빠져나올 수 없게 철저히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다. 눈썹과 침 등 아주 작은 이물질도 제품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장비 유지 및 보수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공정이 무인화 시스템으로 갖춰진 곳 답게 "사람이 제품을 접촉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클린룸을 통과하고 작업자들이 생산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LMS 구간을 지나자, 독특한 전경이 펼쳐졌다. 작업자, 즉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온통 알아서 분주히 돌아가는 설비들과 그 사이로 지나다니는 AMR(자동 로봇) 수십대가 쉼없이 자재를 운반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산에 입력된 고객 납기 기간에 맞춰 생산 오더가 내려지면, 자율주행 신호 명령을 받은 AMR이 알아서 자재를 운반하는 것은 물론 공정이 끝난 제품을 적재하는 역할도 맡는다.
사람이 물류를 장비 안에 로딩·언로딩 하는 모습을 이곳 드림팩토리에선 찾아볼 수 없다. 축구장 두세배 크기의 생산 현장임과 동시에 기판 모델 수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라는 의문이 들때도 AMR이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제품을 실어나르고 스스로 충전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패널에 붙은 보호 필름을 벗겨내는 공정 과정도 로봇이 대체하고, 제품 양산 후 샘플링 검사 공정 역시도 카메라가 사람의 눈 대신 양품 여부를 판단한다.
LG이노텍이 가장 자부하는 단계 중 하나가 바로 이 제품의 양품 여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품질 검사 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다. AI 딥러닝 비전 검사 시스템을 적용해 육안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불량을 30초 만에 캐치한다. 이미 불량품 및 양품 데이터를 수만 건 넘게 학습한 AI가 자체 데이터를 통해 습득한 로직으로 불량 여부를 판별해내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 이를 통해 작업자에 의한 핸들링 불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AI 비전검사를 통해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90% 단축, 샘플링 검사 투입 인원은 90% 가량 줄었다. 단순히 불량을 잡아내는 것을 넘어 전 제품에 공정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바코드를 통해 불량을 자동으로 거를 수 있게 되면서 실패비용도 최대 50% 이상 줄었다고 LG이노텍 측은 강조했다. 회사는 이같은 AOI 과정을 한층 고도화해 고객이 요구한 제품의 다양한 스펙(두께, 크기 등)이 제대로 구현됐는지도 검사한다. 검사 결과값은 즉시 고객에게 전송돼 품질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 고객 신뢰도 제고 효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자동화' 강조한 배경, 후발주자의 경쟁력 제고
그렇다면 LG이노텍이 이토록 FC-BGA 자동화를 강조하는 배경은 뭘까. 원가절감 등 경쟁력 확장 차원이다. 반도체 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해주는 '업그레이드 기판'인 FC-BGA는 LG이노텍이 비교적 최근 신사업으로 낙점했지만, 아직까지는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 속도가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더디다. FC-BGA는 기술 난도에 따라 크게 PC용과 서버용으로 나뉘는데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PC용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근 회사는 글로벌 빅테크들에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FC-BGA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삼성전기 등이 주도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은 2026년까지는 서버용 제품을 양산한다는 목표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사업소재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LG이노텍의 기판 기술 업력은 30년 이상"이라며 "FC-BGA라는 부분을 저희가 새롭게 투자하고 있는 것이며, 기존 FC-CSP 등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충분히 캐치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FC-BGA는 고객 주문형 사업이라는 특성이 있어 소수의 고객사와 장기 거래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점에 있어 자사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다고 강민석 부장은 설명했다. 강 부장은 "이미 FC-CSP를 납품하고 있는 탑 티어 고객들과 오랫동안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관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기판사업소재부장은 "드림 팩토리 역시 저희가 처음 시도하는 부분인데 일단 현 시스템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가장 큰 고객과 집중적으로 양산을 추진하며 팩토리 완성도를 올려가고 있다"며 "올해는 탑5 안에 들어가는 고객을 추가했고 내년부터 또 다양한 고객사와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버용보다도 좀 더 까다로운 전장용은 조금 천천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이노텍은 양산하는 제품의 종류 및 비중을 떠나 구미 드림 팩토리가 가진 '자동화' 시스템 자체가 강점이 있다고 재차 말했다. 강민석 부장은 "FC-BGA는 타 기판과 다르게 평균 수율이 90%, 난도가 높은 것은 50%가 안되는 것도 있다. 일반 스마트 팩토리와 다르게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상당히 고도화된 공장이고, 여기서 수율을 높게 가져가면 분명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고 본다. 훨씬 더 적은 리소스로 더 많은 생산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근 경쟁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유리기판 사업과 관련해서는 LG이노텍 측은 "업계에서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양산을 하려면 현실적으로도 아직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LG이노텍은 최근 경상북도 및 구미시와 600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중에서 일부가 기판 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에는 2834억원을 들여 구미4공장을 인수한 후 4130억원을 기판 사업에 투자한 바 있다. FC-BGA 부문에 들어간 총 비용은 약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회사는 글로벌 반도체기업 인텔과 협력해 AI 활용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돌입한 상태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