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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게 풀어낸 참담한 현실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5.04.18 14:00 수정 2025.04.18 14:0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야당’

영화 ‘야당’은 정치 드라마가 아니다. 제목의 느낌과 달리 ‘야당’은 마약판 설계와 권력 다툼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장르의 영화다. 야당은 마약사범들 중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 기관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브로커를 일컫는 은어다. 마약 범죄의 특성상 외부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극히 힘들기에 수사기관에서도 이 야당들의 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일상에 침투한 마약범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대리운전을 하는 청년 이강수(이하늘 분)는 손님이 건내준 음료를 마신 뒤, 손님 대신 억울하게 마약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된다. 이때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가 강수에게 접근하고 감형의 조건으로 교도소 안에서 야당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강수의 뛰어난 암기력 덕분에 마약 유통 업자들을 속하고 관희는 승진하게 된다. 한편,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 분)는 수사 과정에서 강수의 야당질로 번번히 허탕을 치게 되자, 끈질긴 집념으로 강수와 관희의 관계를 파고든다. 출세를 바라던 관희가 강수를 배신하고 대권 유력 후보를 택하게 되면서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해 관계로 얽히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들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마약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전한다. 마약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한다. 특히 다양한 화학물질을 혼합한 신종마약은 기존의 대마초, 헤로인, 코카인, 엑스터스 등에 비해 위험성도 높고 중독성 또한 치명적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술과 함께 마약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출을 맡은 황병국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한 자료 수집 과정에서 마약 중독이 생각보다 너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클럽문화가 마약과 함께 이어지는 것이 영화적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정치인의 자녀, 유명 연예인 등 마약에 중독된 젊은 사람들의 행태를 통해 마약의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검사의 과욕도 그린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검사의 권력은 대단하다. 관희는 출세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큰 사람이다. 대선 출마를 앞둔 국회의원의 아들 사건을 조작함은 물론이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검찰권도 꺼리김 없이 행사한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대선 유력 후보의 뒤를 봐주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내가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지만 대통령을 내려 올 수 있게 할 수 있다”라는 구관희 검사의 대사는 검사의 권세가 실로 대단하다는 알려주는 대목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사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인 영화 ‘야당’은 검찰의 민낯을 보여주며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을 대리만족시켜 준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조명한다. 인간은 개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이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검사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법이 시행되고 관리되는 사법에서 법이 무시되는 참혹한 현실을 꼬집는다.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과 더 높을 곳에 오르려는 검사 그리고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 모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브로커인 야당은 소개를 통해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 검사는 실적을 올려 승진을 꿈꾼다. 경찰 역시 자신의 실적을 위해 여배우를 이용한다. 밑에서 일하는 마약판 부하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충성과 배신을 일삼는다. 명목상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하는 인간의 본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펜타닐 마약과 전쟁을 벌리고 있다. 마치 19세기 중반 영국이 아편으로 청나라 서민층까지 마약에 빠져들게 해 중국을 패배시킨 아편전쟁과 같이 펜타닐은 미국을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펜타닐 공급원인 멕시코와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 막으려 할 만큼 미국의 마약 문제는 심각하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우리 사회에서도 마약문제는 점점 심각해 지고 있다. 영화 ‘야당’은 마약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지나친 자기 이익추구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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