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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있었나" 과방위 與野, '오요안나 사망' 질타


입력 2025.04.18 14:18 수정 2025.04.18 18:4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18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서 노동 인권 문제 지적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MBC보도화면 갭처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 죽음과 관련해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프리랜서 노동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MBC가 사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전체 회의에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오요안나는) 2021년 5월 3일 MBC에 입사해 기상캐스터로 근무했는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배경에 선배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2022년 당시 현장 녹음본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2022년 10월 18일 대화를 거론하며 "'남들 있는 데서 이런 얘기 전달하는 것' 대목이 나온다. 이는 해당 대화가 다른 사람도 함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오요안나씨는 이날 모친과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나한테 막 기상캐스트 없앨까도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오열했다.


김 의원은 오요안나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도 공개했다. 기록에는 '선배가 지적하는 일이 있었다', '억울하다+배워야지 양가적인 마음'이 담겨있다. 유족 측은 가해자 1명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요안나 씨 사건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비정규직 처우 개선 조건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고 오요안나씨 출연료는 지난해 1600만원, 한 달 130만원으로 안다. 의상 등 세부사항까지 다 지시를 받았기에 (고인은) 당연히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연차, 퇴직금 등 혜택으로터 일체 배제된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준 정규직 채용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에게 입장을 물었다. 박 본부장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방송사 재허가 심사조건에 노동인권지표가 들어있는지를 물었다. 정 의원은 "처우, 계약 안정성, 고용구조 등 구체적으로 이것을 항목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동의하느냐" 언급했고 이 위원장이 "유사한 조건은 있지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 처우가 재허가 심사에 들어가 있었다. 이것이 중간에 빠졌다, 언제인가"라고 지적하자 박동주 방통위 국장은 "2023년 재허가 UHD"라며 당시 방통위 책임자가 김홍일 위원장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이 부분은 저희(과방위)가 살펴보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처우와 관련된 조건이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31일로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된 지상파 3사를 포함한 12개 방송사업자, 146개 방송국이 심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관련 긴급 현안 질의 등을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인 장연미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고인 사망 이후 MBC 대처가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MBC 회사의 문제고 사람이 죽었다. 고인이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 것에 대해서 방치한 것도 화가 난다. 왜 부고를 비공개했는가"라고 따졌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그 당시 모친이 기상팀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답했고, 고인의 모친은 "20대 젊은 아가씨고 소문내며 장례를 치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뜻으로 말씀 드린 것이지 부고를 내지 말아라 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것을 봤을 때 누가 MBC가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이 사건을 접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회사는 프리랜서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통로가 접근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스템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MBC가 이 사건을 두고 'MBC 흔들기'라고 입장문을 낸 것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 1월 28일 MBC는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원은 "(MBC가) 젊은 프리랜서를 비극적 선택에 이르게 한 당사자로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찾아볼 수 없다"며 "유족만의 슬픔이 아니라 젊은 프리랜서라는, 일자리 시스템에서 고통받는 심각한 노동인권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수 의원들의 질타에 박 본부장은 "(이 사건은) 근로자이냐 아니냐, 괴롭힘으로 인정될 만한 언행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모두 중요하다"면서 "기상캐스터를 근로자라고 판단한다 하더라도 다른 직무로 확장해 적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요안나 사망과 관련해 고인의 모친은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모친은 "억울하게 딸이 하늘나라에 갔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우리 안나가 잘했든 못했든 그런 내용이나 기상캐스터가 잘못한 내용들, 우리가 가진 증거들을 통해서 진실을 정확히 규명해야 저도 눈을 감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쟁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은 이것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당싸움으로 우리 딸이 이름이 안좋게 거론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라며 "있는 그대로 사실만 밝혀지다면 부모로서 더 바랄 것은 없다. 진실을 규명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요안나씨 사건과 관련해 MBC 관계자들은 대거 불참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을 제외한 박범수 보도국장 등 MBC 관계자들이 대거 불참했다"며"MBC 측의 불참으로 진상규명의 길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관련 긴급 현안 질의 등을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및 참고인이 착석해있다. 왼쪽부터 오요안나 외삼촌, 오요안나모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박미나 MBC 본부장.ⓒ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과방위는) 오늘 현안 질의 중 고 오요안나 님 및 MBC 관련으로 3명의 증인과 9명이 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했다"며 "이 가운데 1명의 증인과 6명의 참고인이 불출석했으며, 불출석한 1명의 증인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국회 증감법 상의 제출 시간을 시한을 초과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박미나 본부장은 "전해 듣기로는 (증인 신청한 박하명 MBC 기상캐스터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여서 방송도 출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 오요안나씨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합격해 걸그룹 연습생 출신 기상캐스터로 주목받았으나 작년 9월 사망했다. 고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휴대전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원고지 17장 분량의 문건 내용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일부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고인의 모친은 "(오요안나가) 너무 고생하고 애쓰고 간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하다. 진실을 규명해 우리 안나가 편하게 눈을 감고 저도 안나 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도우면서 마지막 생을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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