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당선이 됐든 안됐든 각자의 위치서
노력 기울이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 생각"
트럼프 대응 李 "포괄 협상" vs 金 "분리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가 TV 토론회에서 치열한 정책·비전 경쟁을 벌였다. 특히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불붙었는데, 3년 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연대하며 약속했던 '정치개혁'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외교 전략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18일 방송된 TV토론회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75분가량 진행됐다. 세 후보는 △정치 △경제·외교·안보 △사회 분야 등 3개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이날 주도권 토론에서 김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3년 전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와 연대하면서 민주 세력의 정권 연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때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대한 합의를 봤고, 다섯 개 합의 중 첫째가 개헌, 권력구조 개편이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임기 단축을 함께 약속했었는데, 당대표를 두 번 연임하면서 이같은 노력이 보이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러셨느냐"라며 생각을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한 뒤 "분권형 대통령제는 지금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개헌 문제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국민투표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개헌을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아서 약속 지키기 어려웠다는 말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당선이 됐든 안됐든 각자의 위치에서 분권형 대통령 문제와 정치개혁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 "(이 후보가) '칼은 죄가 없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 검찰도 쓰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의도로 말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제도라는 것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제도는 그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원칙적으로 한 것이고, 검찰 폐지 얘기도 있지만 실제로 아무런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효율적인 제도로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인 권력자를 국민이 잘 뽑고 잘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후보는 "권력기관의 기득권은 정권 활용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개혁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화제를 전환한 김동연 후보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바로 통화를 해야 될 것 같은데, 만약에 통화를 하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 것 같느냐"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글쎄요"라고 뜸을 들인 뒤 "그건 즉흥적으로 할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매우 신중하게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해야 될 이야기"라고 답변을 미뤘다.
김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이 대단히 중요한 협상이고, 2주 전 2박 4일로 미국에 가서 자동차 관세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 실마리를 풀고 왔다"며 "어떤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필요하겠느냐"라고 질문했다.
이 후보는 "트럼프의 전략은 광인(狂人) 작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감하다. 그분이 던지는 하나의 단일한 의제에 매달리면 당하기 쉽다"며 "포괄 협상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나는 조금 견해를 달리한다. 포괄 협상은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상당히 위험 부담이 크다. 오히려 주제를 분리해서, 예를 들어 방위비를 이야기하며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분리해서 하는 전략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중도보수론'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경제는 보수, 복지는 진보라는 건 오해이자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중도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금 경제 상황이 어렵고 보수진영이 보수 역할을 팽개쳤다. 우리 민주당이 보수 영역의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진보일 수도 있고 보수일 수도 있다. 다만 보수 가치로 보여지는 성장과 발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는 "말한 대로 보수정당이 역할을 내팽개치고 극으로 가버렸다"며 "그러면 민주당은 보수정당이 내버려 둔 부분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진보적 가치에 뿌리를 둔 중도정당으로써 중도보수의 보수까지도 아울러 가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동연 후보는 "지금 민주당의 정체성은 원래 갖고 있던 공정, 평등, 또는 사람 사는 세상의 가치가 본질"이라며 "이 후보가 말하는 실용적인 것들은 시장에서 생기는 실패를 시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진보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