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I형’ 청춘을 겨냥한 조용하고 감성적인 전기차
실내에 작은 우주를 품었다…섬세한 무드와 디테일의 완성도
과묵한 겉모습 뒤 가려진 날카로운 성능과 주행 질감의 반전
‘청춘’이라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MBTI로 표현하자면 E(외향형)에 가깝다. 화려함, 톡톡 튀는 개성, 활기찬 에너지. 청춘이라는 단어는 늘 이런 수식어들과 함께였다.
하지만 사실 젊다고 모두 E는 아니다. 세상엔 I(내향형) 청춘도 있다. 조용하지만 깊은 감성을 지녔고 말보다는 시선과 취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 제네시스 GV70은 그런 I형 청춘을 위한 차다.
지난달 15일부터 16일까지 점잖으면서도 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을 150km 가량 시승해봤다.
2년 10개월 만에 돌아온 GV70 전동화 모델의 첫인상은 마치 고고한 도련님 같았다. 지그시 집중하는 듯한 가는 눈매의 헤드램프는 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염소의 눈을 닮았다. 중앙에 자리한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은 마치 말없이 경계를 세우는 듯, 방어적인 태도를 품고 있다.
그래도 잘생긴 도련님이다. 그릴을 채운 G-매트릭스 패턴은 아래로 갈수록 조밀해져, 전면부에 입체감을 더하고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정리해준다.
앞모습은 볼륨감 있는 세단을 닮았다. 볼륨감이 자칫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 덕분에 오히려 단정하고 세련된 인상을 남긴다. 이전 모델이 하단 흡입구를 좁고 각지게 마감해 강인한 인상이었다면, 신형은 그 면적을 가로로 넓히고 곡선을 적용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여유로운 인상을 준다.
처음엔 새침하고 말수 적은 도련님 같지만 친해질수록 반전의 매력이 드러난다. 밖에서는 말수가 적지만 집에선 활기 넘치는 내향인처럼 이 도련님도 내부로 들어가야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부족함을 모르는 도련님답게 도어트림 상단에서 센터페시아까지 아낌없이 흐르는 무드램프는 메말랐던 감성까지 되살린다. 이 도련님의 전공은 분명 천문학일 것이다. 도어 가니쉬에 수놓인 수많은 별들은 작은 우주를 이루며 조용히 낭만을 속삭인다. 은하수를 형상화한 ‘밀키웨이 패턴 무드라이팅’은 화려한 말보단 분위기로 마음을 여는 도련님의 방식이다.
스티치 마감에서는 도련님의 꼼꼼한 성격이 묻어난다. 실내 각 부위에 어울리는 색을 골라 스티치 색을 달리했는데 서로 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감각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누구에게 통했는지는 데이터가 말해준다. 다른 제네시스 모델들이 중후한 이미지로 중장년층을 떠올리게 하지만 젊고 감각적인 소비층은 GV70을 택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여성 오너 비율은 25%로, GV80(13%)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연령대별로 봐도 차이는 뚜렷하다. GV70의 20~30대 비중은 30.7%, 반면 GV80은 17.5%에 그친다.
과묵하지만 주행성능만큼은 수줍지 않다. 미끄러지듯 출발해 한 치 머뭇거림 없이 속도를 끌어올린다. 힘이 넘치는데도 절제돼 있고 매끄러운데도 단단하다. 말은 아끼지만 주행감으로는 확실히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타입이다. 부스트 모드 사용 시 최고출력은 360kW, 최대토크는 700Nm(약 71.4kgf·m)을 발휘하며 즉각적으로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전비도 준수하다. 실전 전비는 150km 주행 기준 5.3km/kWh로, 공인 전비(4.5km/kWh)를 웃돌았다.
승차감과 정숙성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다. 면허는 고작 3년차지만 그간 시승한 차량은 수십 종이다. 이보다 비싼 고급차도 여럿 타봤지만 GV70의 승차감은 단연 한 손에 꼽을 만하다. 노면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움직임은 실크처럼 부드럽다.
교육을 잘 받은 도련님은 그야말로 스마트하다. 운전 보조 시스템도 조용히 제 할 일을 해낸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상황을 놓치지 않고 운전자를 성실하게 돕고 있어 부담을 덜어주고 편안함을 더한다.
공부는 ‘엉덩이 힘’이라지 않나. 이 도련님도 스쿼트를 열심히 한 게 분명하다. 체력과는 거리가 먼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423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다.
다만 이 도련님, 괜히 좁은 뒷좌석처럼 속도 좁고 뒤끝 있는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GV70을 시승한다고 하자 주위 반응은 놀라울 만큼 같았다. “그 차, 뒷좌석 좁잖아.” 실제로 앉아보니 성인 여성 기준으로도 그리 넉넉하단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트렁크엔 24인치 캐리어 정도는 무리 없이 들어가 여행엔 큰 불편 없다.
시승차는 사륜구동(AWD) 기반에 20인치 타이어, SDS2 가니쉬가 적용된 모델이다. 적용 옵션은 파퓰러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빌트인 캠,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II, 컨비니언스 패키지,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 아웃도어 패키지다.
가격은 세전 9486만원,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 9006만원이다.
▲타깃
-제네시스를 타고 싶지만 중후함은 아직 부담스러운 2030
-천문학과는 못 갔지만 우주는 여전히 좋아하는 당신
▲주의할 점
-뒷좌석은 좁다. 다행히 내향인은 뒷좌석까지 채울 인간 관계 폭도 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