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 '환승연애', '솔로지옥' 등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뻔하지만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실제 연애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느 순간 '본인 홍보' 혹은 '연예인으로 가는 과정'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출연하면서 진정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연예 기획사에서도 대놓고 소속 신인을 출연시키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홍보한다. 시청자들 역시 "어떤 연애를 할까"보다는 "얼마나 잘생기고 예쁜 출연자가 나와 연애 연기를 할까" 정도로 여긴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끊임없이 '진정성'을 강조하면서도, 출연자들의 서사를 만들어 '진부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이 되거나 인플루언서가 된 사례는 넘친다. 서지혜, 배윤경, 임현주, 신슬기 등이 '하트시그널'을 통해 배우가 됐으며 덱스, 최혜선, 조민지 등이 '솔로지옥'을 통해 방송인이 됐다. 최근에는 '솔로지옥3'에 출연하며 1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된 윤하정은 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회사를 다닐 때와 비교해 수입이 100배 가량 늘었다"며 "종합소득세를 낼 때 48% 이상 낸다"고 언급했다. 이는 소득이 10억 원이 넘을 때 부과되는 세율로, 연애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의 화제성을 수치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러다보니 앞서 언급했듯이 시청자들은 그들이 '왜' 출연했는지를 알면서도 마치 '드라마'를 보듯 본다. 감정이 연출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여전히 연애 예능을 소비한다.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설계된 감정선을 감상하는 태도로 바뀐 것이다. 누가 진심인지, 어떤 서사가 의도되었는지를 추측하면서도, 결국 그 감정에 몰입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받아들인다. 이제 연애 예능은 '진짜 사랑'을 확인하는 장르라기보다, 관계의 흐름을 설계된 서사처럼 즐기는 콘텐츠가 된 셈이다.
이를 대표하는 출연진이 최혜선과 황동주다. 최혜선은 '솔로지옥3'에 출연한 여성 출연자로 남성 출연자와의 삼각, 사각라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두 차례의 데이트에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 만을 보인 그가 타 여성 출연자와 자신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남성 출연자에게 "나는 그렇게까지 헷갈려하는 사람과는 이어지고 싶지 않아"라고 선을 긋는 장면은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황동주 또한 마찬가지다. '오래된 만남 추구'에 출연한 그는 이영자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영자의 손을 잡으며 수줍어하는 모습, 이영자를 위해 떡을 준비하고 김치찜을 만드는 모습, 이영자의 옷을 입고 나타난 구본승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 모습 등이 화제가 되며 "황동주의 반응이 재밌고 흥미진진하다"는 평을 받았다. KBN N 또한 인기에 힘입어 "'오래된 만남 추구'의 후속 이야기를 담은 내용을 2회 추가 제작했다"며 연장 방송 소식을 전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시청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득력 있는 감정선이 등장하면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열광한다. 다만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그럴듯하게 설계되었는가가 관건이 됐다. 몰입이 되는, 즉 '팔리는 감정선'이 성패를 가르게 된 것이다.
제작진 역시 자연스러운 서사를 만드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솔로지옥4'의 제작진은 인터뷰에서 "설렘을 드리는 커플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출연자도 진짜 데이트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현장에 신경을 썼다"며 "천국도에선 촬영 감독들에게 카메라만 놓고 나와달라고 전했다. 참가자들끼리 호텔 방에서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몰입 가능한 이야기를 위해 프로그램의 포맷은 물론, 촬영 환경 자체까지도 감정 흐름에 맞게 조율되는 시대다.
그런 만큼, 연애 예능은 감정을 다루되 시청자들이 빠져들고 공감할 수 있는 전개와 흐름이 더욱 중요해졌다. 다음이 궁금해지는 이야기 구조 또한 필수 조건이다.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이 구조를 인지하고 있는 지금, 연애 예능은 서사를 전략적으로 유통하는 콘텐츠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런 만큼, 연애 예능에서 시청자가 빠져들고 공감할 수 있는 전개와 흐름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됐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구조 역시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이 구조를 인지하고 있는 지금, 연애 예능은 전략적인 서사를 유통하는 콘텐츠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