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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생수’ 역사, 소비자 사랑만큼 지하수 고갈·싱크홀 우려 커졌다


입력 2025.04.24 10:31 수정 2025.04.24 11:2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생수 판매 30년, 국민 34% 음용

지하수 고갈 문제로 주민 갈등도

체계적·안정적인 관리 대책 시급

환경부 ‘먹는샘물’ 제도개선 추진

먹는샘물(생수)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생수’라 부르는 먹는샘물이 판매를 시작한 지 30년이 흘렀다. 국민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생수를 마시는 시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 고갈 문제와 싱크홀(땅꺼짐 현상) 등 사회적 부작용도 생겼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수 시장은 1995년 등록·관리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지난 30년 동안 국민 3분의 1(34.3%)가 생수를 마시면서 주요 소비재 중 하나로 자리했다.


문제는 기후위기 시대 잦은 가뭄을 겪으며 생수 산업 발달로 인한 지하수 고갈 문제가 갈등 사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하수 이용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23년 기준 연간 31억1000만㎥를 사용 중이다. 이는 전년대비 2.6% 늘어난 수치다.


생수 시장 규모 역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900억원에서 2021년 2조1200억원, 2023년 2조74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3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학교나 기관 등에 대규모로 납품하는 생수는 제외한 수치다.


생수 개발과 판매가 늘면서 갈등과 우려도 커진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과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보령시 청라면 등에서는 현재 생수 개발 허가를 둘러싸고 소송 등 분쟁이 진행 중이다.


특히 원주시 신림면은 농업·생활용수 고갈 우려로 주민들이 현재 생수 공장 설립 임시 허가 취소 행정심판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토 전체 지하수와 비교하면 현재 약 20% 정도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어 크게 문제는 되지 않지만, 지역별로는 (생수 사업) 신규 추진이나 생산량 증대를 두고 갈등이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이어 사고로 이어진 싱크홀 문제도 지하수 개발과 관계가 깊다. 싱크홀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물’이다. 주로 낡은 상하수도나 배수관 파열이 지반 약화로 이어지면서 발생하지만, 지하수 고갈로 인한 지반 침하도 적지 않다.


기후변화 전문 매체인 ‘planet03’은 스페인 지질광업연구소와 유네스코 산하 국제침하연구팀이 공동 발표한 논문을 근거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반 침하의 70% 이상이 과도한 지하수 취수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행정적 허점도 지하수 개발에 따른 지역 갈등을 키운 원인 중 하나다. 지하수위 하강이나 지하수 고갈 우려 등으로 지하수 개발자와 주민 사이 갈등이 늘고 있으나, 정작 지자체는 허가권이나 지하수 생산량(허가량) 조정 등 권한 행사에 한계가 있다. 이 외에도 생수 관련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다는 점, 국가통계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하수 대책의 허점으로 손꼽힌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 모습. 싱크홀 발생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지하수 고갈이다. ⓒ 뉴시스

이에 환경부는 생수 안전성을 높이면서 지하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먹는샘물 관리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24일 발표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추진계획에는 ▲먹는샘물 단계별 안전성 확보 ▲지속가능한 지하수 개발·관리 ▲먹는샘물 투명·책임성 제고 등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국내 해썹(HACCP, 위생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표준(ISO) 인증제도를 도입한다. 인증제 도입으로 취수와 제조, 유통 모든 과정에서 안전 위해요소와 예방관리 체계를 살핀다. 환경부는 2027년 제도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직사광선에 약한 생수 특징을 고려해 보관 기준도 구체화한다. 유통전문 판매업체에도 책임성을 부여해 제조업체 위생 점검과 유통관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미세플라스틱, 과불화화합물 조사를 확대하고, 국제적인 측정 방법 표준화도 추진한다.


지속가능한 지하수 개발·관리를 위해서는 생수 개발 허가 전에 시행하는 환경영향조사 실효성을 강화한다. 환경영향평가 때 지하수 수위와 수량 등 변동 수준을 검토하는 양수시험 방법을 세분화하고, 수위 강하 기준과 전문가 검토 절차를 갖도록 한다.


생수 제조 허가·점검 주체인 광역시도, 특별자치도에 대해서는 지하수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취수허가량, 환경영향조사서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춘다. 취수정 관정의 실시간 수위도 자동 계측하도록 해 지하수 고갈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환경부는 이번 계획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해 관련 기관, 업계, 시민 등이 참여하는 ‘먹는샘물 제도개선 협의체’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효정 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이번 계획은 먹는샘물 관리 제도를 도입한 지 30년이 지나 국민 생활 속에 안착한 만큼 더욱 안심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먹는샘물을 더욱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취수부터 생산, 유통 전 단계의 제도를 정비하고 미세플라스틱, 미량오염물질에 대한 조사·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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