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예방 위해 감시·대응 권한 부여 필수적
“법정단체 격상으로 자정작용 이뤄지는 여건 마련돼야”
직거래 리스크 방지 및 생존 위해 시장 정상화 정책 건의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공인중개업계의 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신임 회장이 전세사기 피해 확산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직거래에 따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법정단체화에 적극 나서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김종호 회장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14대 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취임 간담회’에서 “일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공인중개사 때문에 전체 업계 전체가 매도 당하는 실정”이라며 법정단체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세사기 확산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졌단 지적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민간단체로서 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실무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불법거래 등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등 예방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협회가 나서서 단속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싶어도 권한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양질의 중개 서비스 제공 및 중개 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법정단체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불법 행위로부터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협회에 최소한의 감시 및 대응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협회의 법정단체화 재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법정단체로 격상해 모든 공인중개사가 협회에 의무 가입하고 자정작용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협회의 법정단체화 재추진과 함께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양도세 및 취득세 등 거래세 완화와 실거주용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수요가 살아나야 공인중개업계도 숨통을 틀 수 있어서다.
현재 부동산 경기 부진 장기화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공인중개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명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장롱면허’로 전락했고 신규 등록 업체보다 휴·폐업하는 비중이 더 커지는 추세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만6612건이던 공인중개사 신규 등록 건수는 지난해 1만5474건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또 개업 공인중개사의 휴·폐업은 연간 2만여건 수준에 이른다. 지난 2020년 2만729건이던 휴·폐업 건수는 2023년 2만3182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에도 2만782건이나 나왔다.
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는 50만명이 넘지만 취득자 대비 개업률은 25% 수준에 그친다”며 “취득 대비 실무에 뛰어드는 비중이 80~90%에 이르는 타 자격증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심지어 자격증 취득 후 3년이 경과해 개업하는 비율이 52%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전세사기에 일부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시장의 신뢰 하락으로 인해 직거래 플랫폼으로 돌아서는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파트 매매 직거래 건수는 3713건으로 전체 거래의 12.8%를 차지했다. 주요 직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내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지난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5만945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직거래 플랫폼을 통한 거래 증가로 사기 피해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도 이 날 간담회에서 “최근에는 중개수수료를 아끼려고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직거래에 나섰다가 전체 보증금을 떼이는 직거래 피해도 비일비재하다”며 직거래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함께 협회는 서울 지역에 집중된 수요 쏠림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의 병행 추진도 건의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올해 협회 핵심 추진 과제로 ▲공인중개사의 사회적 역할 강화 ▲취약계층 중개보수 지원 확대 ▲전세사기 및 불법중개 신고센터 상시 운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도입 ▲부동산가격지수(KARIS) 생산 및 서비스 재개 ▲현재 운영 중인 이상거래 감지시스템 고도화 등을 꼽았다.
그는 “국민의 부동산 거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자격사 단체로서 공정하고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정책 제안을 통해 국민 신뢰 회복과 시장 안정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