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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연 오디션에 선 앙상블 4인, '찐'은 백스테이지에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5.04.24 07:00 수정 2025.04.24 07:00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주역' 꿈꾸며 출사표 던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예' 한덕수에 '스포트' 뺏겨

국민의힘 내부에서 거세게 부는 '한덕수 돌풍'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직함과 명분도 잊지 말아야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나다순) ⓒ국회사진취재단

"난 김문수야. 그런데 한덕수가 나오면 당연히 한덕수를 찍지. 한덕수가 나왔으면 좋겠어."


영남권 출장길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에게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는 지를 묻자 이런 뚱딴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정정당당하게 우열을 가리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있는데, 갑자기 무슨 '한덕수'인가.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곱씹어보면 그의 반응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종 대선 후보를 가려내기 위한 국민의힘 주연 오디션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여정 곳곳을 허무한 소식들이 덮어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 부재와 더불어민주당의 핍박 속에서 묵묵히 책무를 다해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정치권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자 어느새 보수정당의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그의 등장에는 그야말로 의외성이 있다. 그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속에서는 조기 대선 이야기가 수 차례 오르내릴 동안, 한 대행의 이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의 등장은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한덕수 차출론'을 실질적으로 띄우기 시작한 것은 바로 국민의힘 내부, 동료 의원들이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많은 당내 의원들이 한 대행의 출마를 바라고 있다며 성명서를 채우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당내 의원 절반이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고 알리거나, '관심법(觀心法)'을 써서 한 대행도 출마 의지를 상당히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의 차출론을 부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 덕분인지 '한덕수 바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차 컷오프 날에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대통령 국민후보 추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초점은 한 대행의 출마론에 힘을 싣는 데 맞춰진 듯 하다. 분명히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추대본부 김춘규 상임추진위원장은 한 대행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추대본부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덕수 대행의 스탠스도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시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노코멘트'라고 대답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그의 태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은 한 대행의 입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니 대권주자가 되겠다며 뛰쳐나온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자연스레 무대의 주역이 아닌 그야말로 '앙상블'로 전락했다. 주인공이 돼야 할 인물들이 어떻게든 스포트라이트를 경선으로 되돌리기 위해 '한 대행의 출마는 비상식적'이라는 당연한 말을 몇 번이고 되뇌고 나서는 아이러니한 상황 또한 벌어졌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따로 있다. 한 대행의 직함을 읽어본다면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이다. 경선 흥행 여부를 떠나 국정의 구심점이 사라진 궐위 상태에서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한 권한대행을 대선판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과연 국민이 말하는 '상식'과 맞닿아 있는 것일까. 고개가 갸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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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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