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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윤 어게인’인가


입력 2025.04.24 07:07 수정 2025.04.24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관저를 퇴거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1이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열렬한 지지자들이 ‘윤 어게인’을 외치더니 급기야 ‘윤 어게인 신당’을 창당한다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호인단이었던 일부 변호사들이 ‘윤 어게인 신당’을 창당한다고 예고했다가 반나절 만에 이를 보류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어게인’ 집회가 계속되고 있고, 윤 전 대통령이 신당 창당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다는 설도 있어 정치 상황에 따라서는 어떤 형태로든 조직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윤 전 대통령이 신당 추진 변호사들과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촉구하거나 ‘윤석열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탄핵으로 파면되고 내란혐의로 수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의 복귀나 그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주장에 공감할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관련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재임 중 직무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에 ‘잘하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응답은 10%대 후반에서 20%대를 횡보했다. 계엄선포 후 처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1%까지 떨어졌다(12.9. 한국갤럽). 탄핵 기간에는 탄핵을 각하나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이 지속해서 상승해 50.1%에 이른 적도 있었지만(3.26. 여론조사 공정), 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아니다. 현직 대통령 구속‧탄핵에 대한 반감이나 동정심, 또는 보수정권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는 할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대해서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갤럽이 4월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받아들이겠다’라는 응답이 81%,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특히 보수층에서도 수용 의사(66%)가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33%)보다 두 배나 높다.


이런 상황에서 ‘윤 어게인’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로 인한 보수의 분열과 중도층 이탈로 민주당 후보가 확실시되는 이재명 전 대표(이하 이 후보)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이 후보가 결정적인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이런 식의 자책골로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탄핵의 원인(遠因)인 총선 참패가 그렇다. 당시 민주당은 공천과정에서 비명계를 전멸시킨 이른바 비명횡사 등으로 여론이 나빠져 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용, 의대 정원 갈등, 대파 사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등 용산발 실책이 이어지자 여론이 반전되면서 174석(비례대표 포함)이라는 압승을 거뒀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개헌저지선인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필자의 24.9.26. 칼럼 참조).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유로 들었던 민주당의 탄핵소추 남발이나 ‘입법 독재’ 등도 총선 참패에서 비롯된 것이니 어찌 보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뜬금없는 12.3 계엄선포도 이재명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계기가 됐다. 이 후보는 8개 사건으로 기소돼 5개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특히 선거법 재판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계엄만 아니었으면 올해 중에 선거법 재판이 확정될 것이고, 다른 재판들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그 결과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선일인 6월 3일 이전에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재판 자체가 불투명하게 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선거법 재판 등은 계속될 것이고, 유죄를 선고받아 결국엔 중도 퇴진 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헛된 기대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미 기소된 사건이라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지시키는 법을 통과시킬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에서는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겠지만, 헌재 결원 2명을 진보적 성향의 재판관으로 임명해 진보 우위의 구도를 만들 것이므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층이 총결집해도 대선 승리를 예상하기 힘든데, 보수가 갈라지고 일부 중도층이 돌아선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현재 상황으로만 보자면, ‘윤 어게인’은 윤 전 대통령이나 그의 열렬 지지자들이 이재명에게 대통령직을 헌정하는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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