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IT) 기업 애플과 메타에 대해 거액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갑질’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이른바 ‘빅테크(기술대기업) 갑질 방지’를 위한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혐의로 애플에 5억 유로(약 8111억원), 메타에 2억 유로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이들은 조사 결과 드러난 위반 사항을 60일 이내 시정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별도의 이행 강제금이 부과된다.
집행위는 애플의 자체 규정인 ‘외부 결제 유도 금지’ 조항이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는 누구나 애플 앱스토어보다 저렴한 앱 구매 옵션이 있다면 고객에게 이를 알리고 앱스토어에서 다른 외부 결제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애플이 이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메타에 대해서는 2023년 11월 도입한 ‘비용지불 또는 정보수집 동의’ 모델을 문제 삼았다. 이 모델이 메타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서비스 이용료를 내지 않은 경우 광고 목적 데이터 수집에 사실상 강제 동의하도록 함으로써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애플과 메타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지난해 EU 당국은 두 회사가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리고 1년 간의 시정 기간을 부여했다. 디지털시장법 위반 기업엔 전세계 매출의 최대 10%(반복 위반 시 2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EU가 이날 발표한 애플과 메타의 과징금 규모는 연매출의 0.1% 수준이다. EU 집행위 측은 “디지털시장법이 신생 법이며, 두 회사의 위반 기간이 길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디지털시장법의 관련 제재도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시장법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 6개사를 ‘게이트 키퍼’로 정하고 특별 규제하고 있다. 6개사에는 구글과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도 당초 게이트 키퍼로 지정될 뻔 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