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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성공의 기준을 묻거든, 도로 위 신형 에스컬레이드를 가리켜라 [시승기]


입력 2025.04.24 06:00 수정 2025.04.24 06:00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전장 5790mm, 24인치 타이어…국내 판매 SUV 중 최대 크기

파워도어·전동 사이드스텝·냉장 콘솔 등 VIP 위한 의전 편의 기능 대거 탑재

엔진음·HUD 활용도·사각지대 등은 개선 여지…시트 진동 알림 등 보완 기능도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직함일까, 통장 잔고일까, 누군가의 부러움일까.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성공을 증명 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직접 말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누구나 원하는 인정의 형태는 역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게 아닐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이런 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줄 아는 차다. 이 차에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난 23일 캐딜락의 럭셔리 풀사이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에스컬레이드’에서 직접 성공한 자의 기분을 만끽해봤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1998년 첫 출시된 에스컬레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들의 의전 차량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대접받아야 할 사람을 위한 차’라는 명제는 단순히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선택되는 진짜 이유는 그 가격에 걸맞은 품격과 편의사양, 그리고 무엇보다 검증된 신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 이 차의 위엄은 보는 순간 체감되는 압도적인 크기에서 비롯된다. 전장이 5790mm에 달하는 이 차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SUV 중 가장 크다. 전폭 2060mm, 전고 1930mm, 휠베이스 3407mm의 수치는 웬만한 승합차 이상의 스펙이다.


타이어는 무려 24인치로, 평균 성인 하체 길이에 맞먹는 크기다. 캐딜락 브랜드 라인업을 통틀어도 역사상 가장 큰 규격이다. 커진 바퀴만큼 뿜어내는 존재감과 위엄도 확실히 커졌다. 역시 거거익선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타이어 크기가 커진 만큼 낮아진 연비와, 높아진 기름값은 감당해야할 부분이다. 고속주행이 아닌 이상 회전질량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비 몇푼에 휠 사이즈를 고민할 사람이 이 차를 구매하지는 않겠지만, 차값은 안 아껴도 기름값을 아끼는 이들에겐 꼭 필요한 정보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일반형(위)과 ESV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크기뿐 아니라 디자인도 압도적인 인상을 완성한다. 전면부에 새롭게 적용된 수직형 LED 헤드램프와 1m가 넘는 테일램프의 직선은 강인한 존재감을 더한다.


도로 한켠을 꽉 채우는 묵직한 존재감 덕일까, 평소 불친절했던 도로위 차량들도 어쩐지 부쩍 친절하게 느껴졌다. 평소대로라면 이미 수없이 많은 클락션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테지만, 이날따라 유난히 배려심이 넘쳤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죽어도 안 끼워주던 차량들은 먼저 지나가라며 묵묵히 길을 내줬고, 기꺼이 기다려줬다.


커진 크기에 비례하는 주차 시 압박감은 견뎌야할 숙명이다. 360도 뷰 기능이 없었다면 분명히 트렁크를 들이 박았을 듯 하다. 물론 운전기사에게 주차를 맡기는 뒷좌석 회장님은 그저 커진 뿌듯함만 즐기면 되겠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앞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하지만 의전의 본질은 단순한 크기 너머에 있다. 진짜 경험은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차량 문은 파워 오픈·클로즈 기능으로 손잡이 안쪽 스위치나 1·2열 커맨드 센터에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화면을 ‘슥’ 문지르거나 버튼을 ‘달칵’ 누르기만 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문콕' 걱정도 할 필요 없다. 도어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하면 문은 자동으로 멈춘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전동 사이드 스텝 전개.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높은 차체에 올라타려 점프라도 할 작정이었다면 멈추는 게 좋다. 문을 여는 순간, 전동 사이드 스텝이 자동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과거 귀족이 마차에서 시종의 손을 잡고 내렸듯, 이 시대의 VIP는 이 차에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앞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총 55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디스플레이다. 운전석 앞 35인치 패널에서 시작해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20인치 패널이 하나로 연결돼, 시인성과 몰입감을 모두 잡았다. 콘솔박스에는 냉장 기능도 갖춰져 있어 장거리 이동 중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유용했다.


쇼퍼드리븐(별도의 운전기사를 두는 자동차) 차량답게 2열 중심의 설계가 돋보인다. 그 중 대화 증강 모드는 꽤 인상적이다. 3열까지 갖춘 대형 SUV에서 탑승자 간 소통이 끊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이 모드를 활성화하면 마치 마이크를 댄 듯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영화 '기생충' 속 장면처럼, 운전기사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마사지 기능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3단계 조절이 가능하고 강하게, 주무르기 등 모드가 있지만 고양이 꾹꾹이보다 시원하지 않다.


육중한 차체(약 3t)임에도 불구하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가볍게 속도를 올린다. 반면 브레이크는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원하는 만큼 제동하려면 생각보다 깊숙이 밟아야 한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수입차답지 않게 앱 연동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지만 내비게이션 기능으로서의 큰 역할은 해내지는 못했다. 방향만 간단히 가리키는 수준이라 결국 대형 디스플레이에 의존했다. 톨게이트 요금 안내까지 나오는 것은 신선했지만 HUD의 정작 핵심 기능은 놓친 듯한 인상이 남는다. 자체 내비게이션은 없긴 했지만 구글 안드로이트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이 되니 큰 단점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냉장 콘솔박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보다 더 큰 단점은 단연 엔진 소음이다. 2열은 비교적 잘 차단돼 있어 회장님의 휴식을 방해하진 않겠지만 운전석은 다르다. 운전기사는 이 소리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차체가 높은 만큼 사각지대는 피하기 어려운 한계다. 사이드 미러를 보고있는데도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듯한 착시에 몇 차례 놀라게 됐다. 다만 시트 진동 알림 기능이 이를 일정 부분 보완해준다. 이런 세심한 디테일이야말로 VIP를 위한 배려에서 비롯된 설계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커맨드 센터.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가격은 일반형 더 뉴 에스컬레이드가 1억6607만원, 롱 휠베이스 트림인 ESV는 1억8807만원이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트렁크.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타깃

-“그래, 나 VIP야” 구태여 말하기 수줍은 당신

-“세상은 넓고, 내 차는 더 넓어야 한다”는 확신형 거거익선주의자


▲주의할 점

-존재감은 시선으로 충분한데 소리는 굳이 목청까지 낼 필요가 있었을까

-귀신보다 무서운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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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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