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전성 카카오엔터 IP 법무팀장 인터뷰
웹툰·웹소설 넘어 2차 창작물로 단속 확장
"불법 웹툰,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대응 필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이용자 경각심 높여야"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은 명실상부한 K콘텐츠의 핵심이다. 국내 웹툰 산업의 총 매출액은 무려 2조1890억원(한국콘텐츠진흥원, 2023년 기준). 너도 나도 웹툰의 무한한 가능성을 치켜세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IP(지식재산권) 저작권자들을 갉아먹는 불법 유통물이 기승을 부린다.
국내 플랫폼사들도 창작자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훔쳐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끼치는 것을 두고 보지만은 않는다. 가장 먼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팔을 걷어붙였다. 2021년 업계 최초로 불법유통대응 전담 조직 '피콕'을 설립해 전문 인력을 배치, 불법물 대응에 착수했다. 그 선봉에 박전성 카카오엔터 IP 법무팀장이 서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선제적인 침해 대응 모델을 구축해 나감으로써 업계 전반의 저작권 보호를 이끄는 컨트롤타워로 도약하길 꿈꾸고 있습니다."
피콕을 이끄는 박 팀장은 25일 데일리안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CJ ENM, JTBC 지식재산권팀을 거쳐 카카오엔터에 합류한 박 팀장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몸소 체감했다. IP가 가진 힘과 가능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카카오엔터에서는 심의저작권팀장을 거쳐 IP 법무팀장을 맡게 됐다.
피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의 수법에 맞춰 대응을 전문화 및 고도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탄생했다. 조직 설립의 배경처럼 피콕은 불법 공유 중단, 사이트 폐쇄, 법적 대응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대응 프로세스' 역량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특히 피콕은 자체 운영자 특정 기술을 앞세워 대규모 불법 사이트를 폐쇄시키는 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엔 이 기술로 17년간 못 잡았던 동남이사 최대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망가쿠'를 폐쇄시켰다.
박 팀장은 "카카오엔터는 특정 사이트의 침해 여부가 확실하고, 폐쇄 필요성이 명징할 경우 4단계 프로세스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4단계를 진행하며 얻게 되는 정보들은 다양한 단서와 패턴을 띄고 있기 때문에 기계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쌓인 노하우와 경험이 국내외 콘텐츠 업체들의 대응과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웹툰과 웹소설을 넘어 2차 창작물로 단속 범위를 넓히고 있다. 2차 창작물은 IP를 무단 활용해 제작한 단행본이나 굿즈 등을 말한다. 웹툰과 웹소설, 2차 저작물로 이어지는 종합 단속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IP의 OSMU(One Source Multi Use)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팀장은 "다양한 콘텐츠 확장 기회가 불법 시장에 의해 선점될 경우 IP가 가진 글로벌 확장성, 사업 잠재력의 가치가 사전에 소비돼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며 "2차 저작물로의 보호 확대는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파이프라인 자체를 강화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개별 플랫폼사 차원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해결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법적 처벌의 한계다.
그는 아무리 촘촘한 불법 웹툰 추척 및 차단 기술로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이트를 폐쇄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진다면 불법 유통의 재발은 막을 수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또, 플랫폼과 창작자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웹툰 8만여 건을 불법 게시해 9억5200만원을 벌어들인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일당은 5명 중 주범 1명만 실형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불법 웹툰·웹소설 300여만 건을 유통한 사이트 '아지툰' 운영자는 재범임에도 불구, 징역 2년과 7000만원 상당의 추징금을 받는 데 그쳤다.
박 팀장은 "저작권 침해를 처벌할 법적 장치는 있지만 불법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고 사이트 차단 조치가 쉽게 무력화되는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면서 "저작권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선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범죄수익 환수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 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종 지향점은 이용자 인식 개선에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도 사이트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인식 개선 캠페인이나 제보자 이벤트 등을 병행하고 있다.
박 팀장은 "불법 유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용자 스스로가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를 지키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와 함께 창작자의 노력이 정당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