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손실 190억원…전년비 적자전환, 2개 분기 연속 적자
건설경기 위축, 파업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 영향
중국 철강 감산 가능성, 저가 수입제 대상 반덤핑 제재로 실적 개선 전망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통해 고수익성 확보 계획
현대제철이 철강 시황 침체와 파업 여파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중국의 철강 감산 가능성과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 등 대외 환경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과 반덤핑 조치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생산체제 전환과 미국 현지 투자 등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24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5635억원으로 6.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458억원의 손실을 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실적 악화는 건설경기 위축 등 수요 산업 부진으로 인한 철강 시황 침체와 파업에 따른 제품 판매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현재 철강 업계 전반이 중국발 철강공급과잉과 가격하락, 저가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제철은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달 초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천공장의 철근 설비를 한 달간 전면 가동 중단하고 임원 급여 삭감과 희망퇴직 접수에 나섰다.
여기에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으로 인한 갈등도 부담 요인이었다. 회사와 성과급 수준을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파업과 직장폐쇄에 돌입했고, 7개월간 이어진 갈등은 최근 잠정합의안 도출로 일단락됐다.
현대제철은 중국 철강 감산 가능성과 글로벌 금리 인하를 바탕으로, 올해 실적 흐름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속적인 철강 수요 부진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저가 수입제 대상 반덤핑 제재를 통한 국내 경제 환경의 개선과 추가적인 국내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부동산 경기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돼 영업이익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철강 감산 계획도 발표해 글로벌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고 있어 회복세는 점진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현대제철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신청한 반덤핑 조치가 실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국내 시황 회복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조사를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서 조사 개시가 결정됐다"며 "조사 개시가 됐다는 것은 그 해당 기간 일본, 중국의 저가 불공정 행위가 명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일본은 내수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한국으로 수출했고 중국의 경우도 중국 내수 또는 원가 미만의 가격으로 한국으로 수출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에 따라 덤핑 규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빠르면 8월 내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제철은 이런 대내외 환경 개선에 발맞춰,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고수익 성장 기반 확보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말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제철소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공장은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차종에 필요한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생산·공급함으로써, 고객사의 탄소저감 소재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강 가격을 유지하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해 들어 관세 영향 등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향후 현지 설비 가동 시 수급 여건도 우호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은 이번 투자로 고부가 자동차강판 판매 확대, 통상 리스크 대응, 탄소저감 생산체제 기반 마련 등 다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택준 현대제철 그린스틸추진실장 상무는 “투자비는 자기자본 50%, 외부 차입 50%로 조달할 계획이며 자기자본은 당사 포함 현대차그룹 및 전략적 투자자로 구성할 계획”이라며 “올해 4분기 주설비 계약을 진행하고 내년 3분기에 착공해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전년과 유사한 1조7500억원 수준으로 집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