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40년 전 수송차량 정비 중 손목 절단…국가유공자 등록 신청했지만 인정 못 받아
법조계 "국가유공자 등록 시 '상이등급 7급' 인정 필요…법원 감정의가 '충족' 판단해야"
"정당한 신체검사 결과 따른 의사 소견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 없는 한 따르는 것 타당"
"국방 의무 수행 중 다쳤다면 허용 범위 내 넓게 인정해야…공헌한 국민들에 대한 예우"
40여년 전 군 복무 중 사고로 손목이 절단돼 접합 수술을 받은 60대 남성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받지 못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조계에선 전문의가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밝혔어도 법원 감정의가 이에 반하는 소견을 밝힌 점과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목적 등도 고려하면 법적으로 타당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가를 위해 공헌한 국민을 위해서라도 의무를 수행하던 중 부상을 입었다면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조금 더 넓게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단독 임진수 판사는 A(64)씨가 국가유공자 등록을 요구하면서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A씨는 1983년 12월 육군 수송대 차량을 정비하던 중 오른쪽 손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후 접합 수술을 받았으나 신경과 근육이 손상돼 지금도 손목을 거의 돌릴 수 없는 상태이고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한다면서 2022년 11월 인천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 해당 등급은 전투 또는 공무수행 중 다치거나 병에 걸려 일반인의 평균 노동력 4분의 1 이상을 잃은 경우 등에 적용된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보훈심사위원회를 거쳐 A씨의 부상 정도가 해당 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2023년 11월 행정 소송을 냈다. A씨는 인천보훈지청의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번 결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A씨 신체검사를 한 전문의는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밝혔으나 보훈심사위원회는 자료 검토 결과를 토대로 처분을 내렸다"며 "전문의가 A씨에게 밝힌 유리한 소견만으로는 처분 효력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 감정의는 A씨의 부상 정도가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소견을 밝혔다"며 "공정성과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전문의가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하더라도 법원 감정의가 이에 반하는 소견을 밝혔고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여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이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신체검사가 필수적으로 이행되어야 하기에 정당한 신체검사에 대한 결과에 따라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중 다친 것이 명백하다면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조금 더 넓게 이를 인정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보통 개인이 의뢰한 의사의 소견보다 법원의 감정의 판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이 의뢰해서 소견서, 진단서를 받는 경우 아무래도 요청에 따른 의견을 내주는 경우가 많다. 결국 판사 입장에서는 개인의 의뢰에 의한 판단보다는 법원 감정의의 판단이 조금 더 객관적이라고 본 것이다"며 "다친 원고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는 하나 법 적용을 엄격히 하려는 취지를 고려할 때는 어쩔 수 없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