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두 실세 측근이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두고 진흙탕 싸움 수준의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미 국세청장 직무대행 임명문제를 놓고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 한 목격자는 “두 명의 중년 억만장자가 마치 WWE(프로레슬링)처럼 백악관 웨스트윙 복도에서 싸웠다”고 묘사했다.
두 사람 사이에 보좌관이 끼어들어 둘을 떼어놓을 정도로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때마침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가까운 장소에 있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사건의 전말은 대략 이렇다. 머스크 CEO가 국체청장 직무대행으로 게리 섀플리를 밀어줬고, 백악관도 이를 받아들였는데 정작 국세청 상위기관장인 베센트 장관은 이를 몰랐다. 이에 격분한 베센트 장관이 곧바로 머스크를 찾아가 항의했고, 욕설이 오갈 정도의 격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베센트 장관은 머스크의 정부효율부가 벌여 놓은 일에 비해 성과는 미흡하다고 소리쳤다. 이에 머스크는 “소로스의 대리인”이라고 지칭하며 “실패한 헤지펀드 운영자”라고 맞받아쳤다. 헤지펀드 ‘키 스퀘어’ 그룹 창업자 출신인 베센트 장관은 과거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해온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회사에도 몸담았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한 목격자는 베센트 장관이 “엿 먹어라”(Fxxk You)라고 소리쳤고 머스크는 “더 크게 말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 이 장면을 지켜봤고, 이들은 이후 복도로 옮겨 막말 언쟁을 이어갔다.
이들의 갈등은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머스크는 ‘빠르게 움직이고, 부수고 가는’ 스타일로 유명세를 한껏 즐기는 사업가인 반면, 베센트 장관은 시장 분석에 집중하고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의 금융 전문가라는 것이다. 베센트 장관의 측근은 “베센트 장관은 머스크를 정말 견딜 수 없어 한다”며 “오래전부터 감정의 골이 깊게 파였다”고 전했다.
결과는 베센트 장관의 승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세청장 직무대행에 폴켄더를 임명했고, 머스크가 추천한 섀플리는 사흘 만에 경질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머스크 CEO와 베센트 장관의 갈등과 관련해 “의견 불일치는 건강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상적인 일”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머스크에 대해 “우리는 언젠가는 그를 떠나게 하고 그 일(테슬라 경영)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머스크는 5월부터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정부효율부에서 특수공무원(SGE) 신분으로 활동 중인데, 오는 5월 말로 130일간의 활동 시한이 만료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머스크에 대해 “어떤 개인에 대해 더 높이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놀랍고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