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극' 포기하자 멀어진 관심
심심한 웰메이드 드라마의 아쉬운 결과
서정적인 전개로 긴 여운을 남기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이 작품을 시청한 시청자들 사이에선 ‘웰메이드 로맨스 드라마’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파급력을 체감하기는 힘들다. 지나치게 높은 수위로 화제가 된 티빙 버전의 ‘원경’, 19금 사극 로맨스로 초반 이목을 끈 전작인 ‘춘화연애담’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세상을 등지고 청춘을 흘려보내던 ‘희완’ 앞에 첫사랑 람우가 저승사자가 돼 나타나며 벌어지는 내용의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지난 6일 티빙에서 공개를 시작했다. 6부작의 짧은 로맨스 드라마지만, 참신한 소재에 주인공들의 애틋한 서사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신선한 소재, 탄탄한 전개, 그리고 배우 공명과 김민하의 열연이 어우러진 ‘잘 만든’ 로맨스 드라마라는 칭찬이 이어지지만, 반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혹평’으로 뜨거웠던 ‘우씨왕후’, ‘원경’ 등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으로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과 권력을 잡으려는 다섯 부족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격 액션 사극 ‘우씨왕후’는 물론, tvN과 함께 제작한 후 티빙에서 무삭제 버전으로 공개했던 ‘원경’까지. 두 작품 모두 지나치게 높은 수위로 ‘혹평’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컸다. 노출의 필요성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노출 논란만 빼면 볼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화제몰이를 하면서 티빙의 다음 선택을 기다리게 한 것이다. 전작인 ‘춘화연애담’ 또한 개연성 부족 문제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티빙의 ‘19금’ 사극 도전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극 초반 주목을 받았었다.
자극을 버리고, 혹평 대신 호평을 얻었지만, 다소 ‘심심한’ 전개의 웰메이드 드라마를 향한 관심은 유발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스터디그룹’처럼 ‘깜짝 흥행’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작품도 있었지만, 공들여 제작한 작품만으론 관심을 환기하기 쉽지 않은 티빙의 현실을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직시하게 했다는 것.
물론 치열하게 2위 경쟁을 하고있는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SNL 코리아’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SNL 코리아’ 출연진이 대거 합류한 드라마 ‘직장인들’도 콩트와 드라마 사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나름의 의미를 남겼지만, 화제성을 장악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드물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쿠팡플레이는 꾸준하고 새로운 시도에 더해, 최근 HBO 콘텐츠를 독점 유통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영리하게 환기 중이다.
돌파구 중 하나였던 ‘스포츠 콘텐츠’도 쿠팡플레이와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티빙이 KBO 리그의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 확보하며 스포츠 마니아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면, 쿠팡플레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를 시작하며 실시간 스포츠 콘텐츠 확대를 시도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독점 생중계하며 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끌었었다.
존재감이 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상황에서 티빙의 무기였던 오리지널 콘텐츠마저도 길을 잃는 것은 뼈 아프다. 2022년 ‘술꾼도시여자들’이 30대 여성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고, 2023년 ‘몸값’, ‘운수 오진 날’ 등 색다른 장르물로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던 티빙의 ‘영리함’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인정받기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넷플릭스 외에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하게 선보이는 것이 참 쉽지 않다”고 어려운 드라마 시장의 상황을 짚으며 “그럴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멀어진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어떤 선택도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