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북한경제리뷰 4월호 발표
수입물품, 시장 통제 정책 물가 상승 견인
북한의 시장물가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연평균 11.5%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물가지수 급등을 야기한 것은 북한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조미료, 설탕, 밀가루 등으로 대중수입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5일 발간한 ‘KDI북한경제리뷰 4월호’에 실린 ‘북한시장의 도소매 물가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물가지수는 2022년 초반까지 등락을 보이다가 2022년 5월 이후 급등했다. 특히 수입 물가지수의 상승폭보다 도소매 물가지수의 상승폭이 월등히 큰 것으로 파악됐다.
김다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북한 내 유입으로 지역 봉쇄 및 격리가 강화됐는데 2022년 6~7월의 물가 폭등은 이에 따른 시장 폐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 말부터는 물가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해 2023년 말까지 비교적 빠른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후 안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기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포스트 코로나로 전환하며 북한 역시 중북 관계 개선 및 무역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물가가 빠르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전반기 북한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수입 물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밀 가격이 폭등하고, 이상기후로 전 세계 대두 생산량도 감소하면서 주요 수입 식료품의 수입가격이 상승했다.
보고서는 일용품(세숫비누)의 경우 저장성이 높아 가격이 안정적이었지만 코로나19가 유입됐던 2022년 5월 이후에는 감염 예방을 위해 비누 사용이 증가하면서 수입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수입물가지수와 소매물가지수를 비교해보면 품목 특성별로도 전반적으로 소매물가가 수입물가를 따라가 수입물가 상승이 북한 소매물가를 급등시킨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북한시장 내부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김다울 부연구위원은 “식료품, 의약품, 일용품은 코로나19 유입 시기에 소매물가 상승폭이 수입물가 상승폭보다 컸다. 특히 2022년 5~8월에는 수입가격 상승폭에 비해 소매가격 상승폭이 월등히 높았다”며 “이는 북한의 물가 불안정이 수입가격의 변동뿐 아니라 북한시장 내부적 요인에 기인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도소매 물가도 북한의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까지는 도소매 마진율이 급증해 수입물가에 비해 도소매 물가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물가 불안정을 키웠다. 2023년 이후에도 수입물가가 하락한 것에 비해 소매물가는 수입물가에 대비 하락폭이 작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시장 통제 정책이 도소매 상인의 유통비용을 영구적으로 증가시켰거나, 코로나19를 거치며 강화된 독과점 구조를 활용한 상인의 이윤 추구 행위가 높은 유통단계 마진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통단계별로는 소매에 비해 도매의 마진율이 평균적으로 13.2%포인트(p) 높았으며 높은 마진수준이 소매에 비해 도매에서 지속돼 코로나19 이후 북한의 물가 상승에 도매상인의 의사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특히 2024년 하반기 이후 북한의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그 원인으로 유통업자의 역할을 새롭게 발굴하고 제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