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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는 뭄바이 여성의 삶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5.04.25 14:01 수정 2025.04.25 14:01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한다. 한 해, 최고 2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며 자국영화 점유율도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한다. 관람료는 평균 2천원 정도라 누구나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다. 발리우드라고 불리는 독자적인 자국 영화시장도 발달되어 영화에 인도의 색채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개봉한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의 대도시 뭄바이를 배경으로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뭄바이 대도시에서 분주하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세 여성은 병원과 식당에서 일하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프라바(카니 쿠스루티 분)는 남편의 부재와 사회적 고립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아누(디비야 프라바 분)는 사랑과 전통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파르바티(차야 카담 분)는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는 위기에 처한다. 같은 여성으로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며 이 셋은 우정을 쌓는다. 이들은 답답하고 시끌벅적한 도시의 소음과 억압을 피해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자유와 치유의 시간을 경험한다.


영화는 인도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비춘다. 인도 뭄바이는 화려하고 분주한 대도시이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 최악의 빈부격차, 신분차별, 여성 인권의 억압이 존재한다. 특히 영화는 인도 사회를 지배하는 남성우위 이데올로기를 다루어 억압된 여성 인권과 여성들의 꿈을 무력하게 만든 남성중심 사회를 보여준다. 인도 사회에서 남성우월 이데올로기는 오랜 역사와 전통, 종교와 경제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영화 속 아내는 소식이 끊긴 남편을 불만없이 기다려야 하고 남편이 죽으면 여성의 주거권이 사라져 퇴거해야 한다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은 집안끼리 점지한 남성과 데이트해야 하며 신념과 종교가 다른 이성과의 교제도 허락되지 않는다.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세 명의 여주인공을 통해 인도의 가부장제 중심의 가족구조와 혼인제도 그리고 낮은 여성의 지위를 불러오는 문화와 종교적인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삶과 이를 극복하는 여성들의 연대도 조명한다. 병원에서 일하는 이들은 고향을 떠나 꿈의 도시라 불리는 뭄바이에 정착한다. 간호사로 일하는 프리바와 아누, 식당에서 일하는 파르바티는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이 이들을 덮치고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프리바의 남편은 독일로 떠난 뒤 연락이 두절됐다. 파르바티는 20년 넘게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실거주를 입증할 서류와 소유주인 남편이 세상에 없다는 이유로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비록 각기 다른 사정으로 위험에 처해 있지만 삶의 한계 앞에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현실에 당면한 고통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고자 노력한다. 세 명의 여성은 정글같은 뭄바이에서 함께 우정을 나누며 연대하며 서로에게 어두운 세상의 빛이 되어준다.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연출 또한 돋보인다. 인도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발리우드 작품이다. 발리우드란 뭄바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이런 영화들은 음악과 춤, 감정적 드라마, 장르의 혼합, 강렬하고 화려한 비주얼 등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발리우드 작품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뭄바이에 사는 세 여인의 삶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묘사할 뿐 특유의 과장된 춤이나 노래는 찾아볼 수 없다. 극적인 요소는 완전히 배제시켰으며 오히려 관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때로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초연하게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독특한 연출을 선보인다. 영화는 30년만에 칸영화제에 초청돼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종교적, 문화적 요인으로 여성들에 대한 자별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14억 명을 넘는 인구를 가진 인도에서의 양극화와 여성들의 억압된 삶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의 대도시 몸바이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이를 극복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조명해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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