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프란치스코 교황, 21일 선종…5월 초 '콘클라베' 시작
유흥식 추기경, 차기 교황 후보 언급…콘클라베 참가는 약 47년 만
한국인 성직자로 교황청 차관보 이상 고위직 오른 첫 인물
프란치스코 교황 비롯해 교황청 인사들과 각별한 관계
지난 21일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며 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교황 비밀투표)'가 다음 달 초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인 중에서는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이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는 22일 차기 교황 후보군 12명을 추려 보도하면서 유 추기경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건 앞서 1978년 10월 김수환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투표에 참여한 이후 약 47년 만이다.
1951년 11월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 유 추기경은 한국 최초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뜻을 기려 세운 대건고등학교 출신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톨릭교회 세례를 받으며 신자가 됐다고 한다.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83년에는 같은 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 추기경은 주교좌 대흥동성당 수석 보좌신부를 거쳐 솔뫼 피정의 집 관장과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뒤 2003년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됐다.
2005년 4월부터는 대전교구장 직을 수행해 오다가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지명되는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됐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오른 첫 사례였다. 이어 2022년 5월 추기경으로 임명됐고, 같은 해 8월 공식적으로 서임 됐다. 고(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과 고(故)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을 이어 대한민국 출신의 네 번째 추기경이 된 것이다. 다만 1943년생인 염 추기경은 만 80세가 넘어 피선거권이 없고 유 추기경만 피선거권이 있는 상황이다.
유 추기경은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적극적인 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코리에레델라세'는 유 추기경에 대해 "남북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포콜라레 운동의 일원"이라고 평가했다. '벽난로'라는 의미의 포콜라레(Focolare) 운동은 1943년 2차 세계대전 중이던 이탈리아에서 창시된 가톨릭교회 영성운동이다. 그러면서 "(유 추기경은) 한국 주교회 평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해 두 나라 간 화해와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교황청 인사들과도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유 추기경은 2014년 대전과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끌어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발간된 유 추기경의 자서전에 "우리 모두에게는 동양에서 오는 빛이 필요하다"며 "라자로 추기경은 이 책에서 자전적이면서도 영적이고 사목적인 성찰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과 복음의 증인들을 접하는 가운데 탄생한 신앙을 이야기하며, 평신도들에게서 비롯된 젊고 진취적인 교회, 상처받은 이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돌보는 교회의 모습을 소개한다"는 내용의 추천 글을 써주기도 했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오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콘클라베는 비(非)백인 교황 선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추기경이 제267대 로마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최초의 한국인 교황이자 최초의 아시아인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