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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최대 매출로 증명한 '체력'… 오늘 말고 '내일' 본다 (종합)


입력 2025.04.25 18:58 수정 2025.04.25 18:58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나란히 '최대 매출' 행진… 글로벌 수요·브랜드력 증명

신차·고수익 차종으로 수익성 기초 체력 닦는다

하반기부터 관세 피해 본격화… 공급망 현지화·생산 최적화

'가장 잘하는 것' 집중… 타격 상쇄 보다 '점유율' 지킨다

현대차, 기아 양재 사옥 전경 ⓒ데일리안 DB

현대자동차·기아가 올 1분기 나란히 최대 매출을 써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력과 넘치는 수요를 증명해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 정책이 시행되며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그간 쌓아온 시장 지배력과 품질 자신감은 '믿는 구석'이 돼줄 예정이다.


위기 때마다 쌓은 내부 대응 역량은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도, 당장의 수익 방어보다 미래 시장 지배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판매 가격을 높여 관세 타격을 상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한 체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25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매출액이 28조175억원으로, 전년대비 6.9% 늘었다고 25일 밝혔다.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3조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2조3926억원이며, 영업이익률은 10.7%를 기록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도 역대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써냈다. 현대차의 1분기 매출액은 44조4078억원, 영업이익은 3조6336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9.2%, 2.1% 확대됐다. 영업이익률은 8.2%다.


양사 모두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액을 달성하면서 올해 1분기 합산 매출액역시 최대치를 새로 쓰게 됐다. 양사의 1분기 합산 매출액은 72조4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늘었다. 영업이익은 6조6244억원으로 4.9% 감소했다.


미국발 관세 전쟁, 고금리·경기침체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짙어진 상황에서 사이좋게 호실적을 기록한 바탕에는 건재한 수요가 뒷받침됐다. 국내,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줄었음에도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의 폭발적 수요가 이를 상쇄해냈다. 특히 미국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우려해 구매를 서두르는 경향이 3월부터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대수는 100만1120대로, 전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기아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77만2648대를 판매했다. 이 중 미국에서만 현대차는 24만 2729대를, 기아는 19만9000여대를 팔아치웠다.


수년간 수익성 확대의 기초 체력이 됐던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믹스개선 전략도 제 몫을 해냈다. SUV, 하이브리드차 등 '한 대를 팔아도 많이 남는 차'의 판매 비중이 늘었단 의미다. 현대차의 1분기 친환경차 판매대수는 21만2426대로 전년 대비 38.5% 늘었고, 기아 역시 10.7% 증가한 17만40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1분기 고수익 차종 중심의 믹스개선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8689억원에 달한다.


고환율로 인한 환율 효과도 톡톡히 봤다.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9.4% 오른 1453원으로, 현대차가 환율로 벌어들인 수익은 2조587억원이다. 기아 역시 3640억원의 환차익을 봤다. 물량 효과와 고수익차 중심의 믹스개선 효과를 넘어선 일등 공신이다.


현대차는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신흥 시장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 확대 추세로 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에 대한 고객 선호가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관세 적용을 앞둔 미국 시장의 선구매 수요 및 인도와 신흥시장의 판매 호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글로벌 판매가 상승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美 관세 전쟁 본격화… 수익 유지하고, 점유율은 높인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현대차그룹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양사의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긴장감이 짙게 깔렸다. 4월부터 시행된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관세 정책으로 당장 2분기부터 영향권에 들 수 밖에 없어서다.


관세 시행 전 미국에 미리 비축해둔 재고를 통해 올 5~6월까지는 물량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재고 소진 이후부터는 미국 시장 내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려면 글로벌 공장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불가피하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자동차 관세율은 25%에 달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완성차 및 부품 재고를 비축하기 위해 3월 말까지 최대한 선적을 추진했다. 완성차 기준으로는 3.1개월의 재고를 북미에서 갖고 있으며, 부품은 이보다 더 긴 재고를 갖고 있다"며 "일정 부분의 관세는 재고 비축으로 만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글로벌리 2개월 치 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을 위해 모든 재고를 몰아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 영향은 5월부터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처럼 미리 쌓아놓고 파는 게 아니라 계속 몸집을 가볍게하고 가자고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기적인 대응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미국 내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당장 수치적인 하락은 불가피하더라도 관세로 인한 타격이 모든 제조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미국 내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력을 유지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전무는 "가격은 당장 관세 영향 만회를 위해서 조정하기 보다는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포지션을 지켜가고,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잡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서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점유율 및 시장 브랜드력 유지에 대한 욕심에는 탄탄한 기초 체력과 그간 쌓아놓은 위기 대응 능력이 깔렸다. 앞서 코로나 19, 전기차 전환 등 위기를 거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관세 리스크 역시 미국 시장 내 지배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김 전무는 "과거 어려운 시기에 한 단계 레벨업해왔으며, 어느 업체보다도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체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준비를 하고 대응하고 있는 제조사라고 판단한다. 어느 업체보다도 이 어려운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갈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고수익 차종 중심 믹스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유지해내면서, 동시에 미국 공급망 현지화와 생산 최적화를 통한 원가절감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외부 요인에 기대지 않고 내부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4월 중순부터는 전사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 관세 대응 전략 TFT도 출범한 상태다.


이 부사장은 "부품 소싱 현지화를 위해 우선순위 리스트를 작성하고, 현지 공급 업체를 발굴하고 있다. 미국 현지 전문가를 파견해 이미 업체를 발굴하고 있으며 현재 점검 중에 있다"며 "통상 부품 업체 신규 선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진행이 가능한 패스트트랙 아이템을 선정해 관세 부담 최소화를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현지 공장 생산 효율을 통한 원가 절감을 위해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경쟁사 테어다운을 통한 재료비 절감, 아이디어 발굴, 물류 비용 절감, 물류 최적화 등 기존 사업계획 대비 강화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앨라배마의 축적된 원가경쟁력 노하우를 신규 가동된 HMGMA 아메리카로 수평 전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사 모두 올해 수익성을 유지해나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초 세운 연간 목표치 역시 조정 없이 유지하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개별기업으로서 수익성 만회 방안에 집중하고자한다. 외부 변수에 의존하지 않고 비용과 공급 등을 효율화하는 등 내부역량을 집중해 만회 방안을 추진함으로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함은 물론 체질개선 모멘텀으로 삼고자한다"며 "이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지난 1월 발표한 매출액 성장률 3~4%, 영업이익률 7~8%의 가이던스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유지하고자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 역시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가 11% 였는데, 1분기에 10.7%를 기록 했다면, 잔여기간에 그걸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1분기 영업이익 하락이) 피크아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더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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