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30일 '대권 도전' 선언설…출마일자 구체화에 민주당, 일제히 견제구

"출마 요구, 더 이상 회피할 수만은 없다"

정치원로와 회동…30일 권한대행 사퇴 유력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과 '개헌 빅텐트' 모색

'선문후덕' '제2후단협' 등의 시나리오 횡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경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결단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내주 초중반에 권한대행직을 내려놓고 대권 가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점차 구체화되자 "파렴치한 대권 행보" "심판이 선수로 뛴다"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대행은 이달말 권한대행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행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출마 요구를 더 이상 회피할 수만은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연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경기고·서울대 선배 정대철 헌정회장에게도 내주 회동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독립유공자이자 8선 의원인 정일형 전 신민당 총재대행의 아들이자 정호준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부친으로, 5선 의원을 지냈다. 현실정치 경륜이 깊은 정 회장에게 한 대행이 회동을 요청해온 게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 제53조에 따라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달 4일 전에는 권한대행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는 29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튿날인 30일이 사퇴 시점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무회의에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할 수도 있는데, 행사 당일에 권한대행을 사퇴하면 재의요구권 행사의 효력이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30일 권한대행 사퇴와 함께 대권 도전을 선언한다면 내달 3일까지는 먼저 무소속으로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고향인 전북 전주에 내려가거나 국민통합과 관련해 대단히 상징적인 행보를 사나흘 정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 대행은 경기고에 합격해 상경하기 전까지 전주초와 전주북중을 나왔다.

호남 출신으로 노무현정부와 윤석열정부에서 모두 국무총리를 지내 좌우를 아우를 수 있고 중도 외연 확장의 잠재력이 강하다는 게 대권주자로서 강점인 만큼, 이를 어필할 수 있는 상징적 행보를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내달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이른바 '빅텐트'의 시간이다. 한덕수 대행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이 '개헌'을 고리로 '빅텐트'를 모색하는 시기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후보단일화를 한다면 특정 후보의 '정치적 결단'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여론조사 방식으로 할 것인지, 여론조사로 한다면 적합도 방식으로 할 것인지 경쟁력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을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교섭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개 행보를 하더라도 국민의 주목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5월 6일 연휴까지는 의사 타진과 물밑접촉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6·3 대선의 후보자 등록기간은 내달 10~11일이다. 11일 오후 6시까지 단일후보로 등록하려면 여론조사 단일화의 경우에는 최소한 8일까지는 방식이 합의돼 9~10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돌려야 한다. '정치적 결단' 방식이라면 10일 심야까지도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

내달 11일까지 단일화 타결이 되지 않으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대행, 이준석 후보 등이 각자 후보로 등록한 뒤에 단일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재외투표가 시작되는 5월 20일 △선상투표가 시작되는 5월 26일 두 차례 사표 방지를 위한 데드라인이 있으며, 최종 데드라인은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9일이다. 사전투표 전까지도 단일화가 타결되지 못하면 대량의 사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일화는 의미가 없어진다.

다만 각자 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이후 한 대행으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무소속 후보로 대선을 완주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내달 11일 이전에 단일화를 완수해 한 대행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한덕수 대행의 대권 도전을 상수(常數)로 놓고 대선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문후덕(먼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김문수 후보를 선출한 뒤, 후에 단일화 국면에서 한덕수 후보가 나선다는 뜻)'이라든지 '제2후단협(김문수 후보가 아닌 다른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후보단일화협의회를 구성해 단일화를 종용·압박한다는 뜻)' 등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고 귀띔했다.

한덕수 구체적인 출마 일자까지 회자되자
민주당 "파렴치한 대권행보" 파상공세
이재명도 처음으로 '韓 출마설' 공개 비난
"심판이 선수로…공직자 책무 생각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비전 선포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처럼 한 대행의 출마설이 무르익고 '타임 테이블'까지 공공연히 회자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을 겨냥해 "대권 욕심에 눈이 멀어 국민과 국익은 안중에도 없느냐"고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한 대행의 파렴치한 대권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출마 일자까지 떠도는데, 가타부타 말없이 권한대행직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의 책임과 권한도 모르는 권한대행이 대선에 이름을 올리는 건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도 한 대행 출마설에 대해 일제히 견제구를 날렸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공개 비난했다. 호남을 1박 2일 방문하고 있는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링 위에서 예선전을 치르고 있는데 심판이 자꾸 선수로 뛸 듯 말 듯해서 많은 혼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직자는 공직자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언제나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김동연 후보도 이날 여의도 대산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이 내란연대의 기수로 올라탄다면 '빛의 연대' 앞에서 파멸될 것"이라며 "선택은 개인의 자유지만 공직의 마지막을 추하지 않게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는 전날 노무현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대담에서 "한 대행이 관리만 하면 잘할 분인데, 왜 저러고 계신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도 한 대행이 대권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익 뒷전, 대선 놀음으로 관세 협상 졸속 타결을 시도한다"며 "대선 망상에 빠진 한 대행은 차라리 빨리 출마해 자리를 비우는 게 경제에도, 관세 협상에도,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대행은 국운이 걸린 통상 협상을 자신의 대권 도전 볼모로 삼는 매국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협상 추진과 타결은 반드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고 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온 국민의 사활이 달린 일을 한 대행의 사익을 위해 악용하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해왔다"며 "최종적 합의와 결정은 다음 정부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광주와 울산 등 지방 순회 일정을 거쳤고, 대선 '스펙 쌓기용' 대미 졸속 협상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이 출마 빌드업이나 할 때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