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이 콘텐츠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를 둘러싼 '캐스팅 논란'이 반복적으로 불거졌다. 원작 팬덤의 반감을 단순한 팬심의 과잉으로 치부하기엔 그 빈도와 규모가 지나치게 잦고, 때로는 흥행 성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청자와 팬의 겹이 큰 장르일수록,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은 작품 수용의 가장 민감한 지점으로 작용한다.
실제 사례는 부지기수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캐스팅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치즈인더트랩',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낮에 뜨는 달'이 있다. 세 작품 모두 원작의 두터운 팬층을 기반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 공개 전부터 "원작 캐릭터와 전혀 다르다"는 항의가 빗발쳤고, 공개 후에도 그 여파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경우 싱크로율 논란 뿐 아니라 주인공 간의 케미스트리 부족, 설득력 부족한 전개 등으로 원작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작품은 '재혼황후'다. 캐스팅 라인업이 공개된 직후부터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원작 캐릭터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고, 주지훈의 과거 마약 의혹까지 재조명되며 여론이 악화됐다. 싱크로율 논란이 단순한 외모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배우의 이미지와 작품 분위기 전반으로 확장된 상황이다.
왜 이렇게 반복되는 걸까. 원작이 지나치게 유명할 경우, 팬덤의 기대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원작을 처음 접했던 순간의 감정선, 머릿속에 그려뒀던 캐릭터의 이미지, 감정의 강도까지 각자에게 '정답'이 존재하기에 어떤 배우를 데려와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특히 원작 내 인물이 극단적인 미모, 혹은 이례적인 분위기를 지닌 경우 실사화 과정에서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해당 작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탄탄한 팬층과 검증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일정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원작 기반 드라마가 캐스팅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캐릭터 해석과 연기력, 이미지 싱크로율을 모두 만족시킨 경우,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재 업고 튀어'와 '마스크걸'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원작 웹툰의 밝고 희망찬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배우들의 뛰어난 싱크로율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김혜윤과 변우석은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임솔, 서툴고 풋풋한 첫사랑에 진심을 다하는 남주인공 류선재 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이에 외모는 물론, 캐릭터의 성격과 대사를 살리는 연기톤까지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마스크걸'은 원작 자체가 외모를 중심으로 한 서사이기에 캐릭터별 '다중 배우 캐스팅'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진 여성 주인공을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실험적 시도는 초반 우려를 불러왔지만, 오히려 그 간극이 이야기의 몰입을 높이며 성공적으로 수용됐다.
결국 캐스팅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외모의 유사성만은 아니다. 캐릭터 해석에 대한 설득력, 배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내면, 작품 전체의 연출 톤과의 조화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팬들은 단지 "닮지 않았다"는 데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애정을 쏟은 세계가 성의 없이 다뤄지고 있다는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와 관련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원작이 이미 훌륭하다면 그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며,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기력과 개성 등 영상물의 완성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캐스팅을 해야 한다. 영상물 자체의 작업 원리에 의한 설득력 있는 캐스팅이 이뤄진다면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도 충분히 대중의 호평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원작의 명성과 팬덤의 충성도는 흥행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임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