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민주당 대선 순회경선 호남권 정견발표
이재명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만들어 보자"
김경수 "5·18 광주정신, 반드시 헌법전문 수록"
김동연 "호남의 선택받은 경제대통령 되겠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세 번째 순회경선 지역인 호남권(광주·전남북)에서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지난주 치러진 충청·영남권 경선에서 90%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구대명'(90% 득표율로 대선 후보는 이재명) 대세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경선에서 득표율 한 자릿수에 그쳐 '2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호남권에서 기회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2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 연설회를 열었다.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는 정견발표를 통해 각각의 비전과 목표를 목청껏 외치며 민주당의 본산, 호남권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위기극복과 국민통합, 민주주의와 평화가 바로 호남 정신이고, 더 치열하게 국민 삶을 바꾸라는 '민생개혁 명령이 바로 호남정신"이라며 "호남이 이재명을 선택해서 4번째 민주정부 한 번 만들어 주시겠나,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한번 만들어 보시겠나"라고 호남 민심에 호소했다.
이 후보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편지에 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언급 "'호남 없이 나라도 없다'는 이순신의 말씀처럼 대한민국이 호남에 큰 빚을 졌다"며 "이번 대선은 단순한 대통령을 뽑는 그냥 선거가 아닌, 파괴된 민생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선거다. 위협 받는 평화를 회복시키고, 멈춰버린 경제를 살리는, 중대사 중의 중대사"라고 강조했다.
김동연·김경수 후보 비전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벨트 구축으로 경제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김동연 후보의 약속에 적극 동의한다"며 "호남권 등 5대 권역 메가시티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김경수 후보의 말씀도 깊이 공감한다. 해상 육상 교통의 연결점이자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보고인 호남은 이제부터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나라를 지킨 자존의 땅 호남의 정신을 이어 대한민국 재도약을 실현해 낼 후보, 이재명이라고 믿는다"며 "혼란과 좌절을 이겨내고, 회복과 성장을 이뤄낼 대통령 후보 역시 나 이재명이라고 믿는다. 이제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 때"라고 했다.
'호남의 사위'를 강조하며 연설을 시작한 기호 2번 김경수 후보는 5·18 광주정신의 헌법 수록과 현 지방자치제도의 구조적 변화를 약속했다. 김경수 후보는 "5·18 내란에 대한 단죄가 있었기에 이번 계엄과 내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광주가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했다. 5·18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후보는 "윤석열은 석방돼 승리자처럼 웃고 있고, 국민의힘은 내란세력과 결별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전두환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철저한 단죄를 통해 다시는, 누구도, 내란을 생각조차 못하게 해야 한다.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내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가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역의 운명은 지역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선 때만 되면 호남이든, 영남이든, 충청이든 단 한 푼이라도 국비를 더 가져가겠다고 중앙정부에 읍소하고 구걸해야 하는 이런 것은 사실상 '구걸자치'다. 이제 국가 운영의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경선 결과와 무관하게 '원팀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경수 후보는 "경선 결과가 나오면 깨끗이 함께 모두가 승복하고 대선 승리 위해 모두 손잡고 함께 뛰자"며 "우리는 하나고, 한팀이다. 민당 후보들이 대한민구의 미래를 위해 함께 뛰겠다"고 다짐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연을 강조한 기호 3번 김동연 후보는 "12월 3일 내란이 일어나자 우리 국민 모두는 80년 5월의 시민군이 되고, 주먹밥을 뭉치는 어머니가 돼 끝내 내란수괴를 몰아냈다"며 "80년 5월 광주의 정신이 다시 한번 나라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민주당다운 비전과 정책으로 호남의 선택을 받기 위해, 호남의 선택으로 '당당한 경제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국제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찾아온 경제복합위기. 매번 위기의 한복판에서 해법을 찾은 대로 내가 경제위기와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당내 통합도 당부했다. 김동연 후보는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이다. 우리 민주당 내부의 민주주의부터 다시 더 크게 더 깊게 만들어가자고 호소드린다"며 "오늘 이 순간부터 '친명'이니 '비명'이니 '수박'이니 하는 분열과 배제의 언어와 결별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더 크게 이기는 길로, 민주당을 더 자랑스럽게 만들겠다. 호남이 김동연의 손을 잡아 달라"며 "나는 민주당의 김동연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창의성이 빛나는 모두의 나라, 나라만 부자가 아닌 내 삶의 선진국, 그 꿈을 당원 동지들과 꼭 함께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7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마지막으로 강원·수도권·제주 지역 합동연설회를 열고 순회 경선 일정을 마무리한다. 대선 후보도 이날 선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