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29일~내달 1일 사이 대권 도전 유력
국민의힘 밖서 '텐트' 치고 단일화 나설 수도
'을지문덕' 프로젝트…先김문수 後한덕수?
'제2후단협' 몰아 극적 지지율 상승 구상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권 도전이 상수(常數)가 되면서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대하(大河)빌딩에서도 이에 대응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최대한 열려 있는 태도를 취하면서 당심(黨心) 흡수의 발판으로 삼는 전략부터, 단일화 종용을 오히려 지지율 상승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만으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넘기에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한 대행의 등장을 지지율 상승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공통점이다.
한덕수, 언제 대행직 내려놓고 뛰어들까
29일 국무회의, 30일엔 미 해군장관 방한
1일은 연휴 시작, 국민 이목 끌기에 난점
시점 놓고 정무적인 고민 깊어지게 될 듯
한덕수 대행은 내주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시점을 놓고서는 29일설과 30일설, 내달 1일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 중 29일은 국무회의가 예정된 날이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기에 가장 적절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경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사의를 언제 표명하든 당일 0시로 소급된다는 게 법 해석의 중론이라, 자칫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어도 그 효력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0일이 부상했지만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의 방한 일정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해군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조선업 역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일 정도로 미국과의 '패키지 딜'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당장 한 대행이 '관세전쟁' 속에서 통상 문제 해결의 최적임자 컨셉으로 대선을 뛰어야 할 처지에, 펠란 장관의 방한을 나몰라라 하고 대행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컨셉과 맞지가 않게 된다. 때문에 아무래도 펠란 장관 방한 일정까지는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내달 1일 사임은 이같은 정치 일정을 다 소화하고나서 내려놓는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근로자의 날인 1일부터는 5월초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1일에 사임하면 연휴 첫날 저녁 TV뉴스에 사임 소식이 나가고 조간신문은 2일자에 실리게 되는데, 2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은 안됐지만 내달 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날이라 휴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권에 도전하는 마당에 첫 출발점을 연휴 첫날인 1일로 잡을 것인지, 그게 과연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모으기에 최선인지 정무적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당면 최대 관심사
내달 3일 국민의힘 후보 보고 결정할 듯
국민의힘 밖에서 먼저 '텐트' 칠 수도…
NY와 인연 깊은 정대철과 회동이 초점
한덕수 대행이 내달 1일까지 사임한다고 보면 그 이후의 행보도 관심사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라는 점을 분명히 해서 외연 확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고향인 전북 전주행이 유력하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연휴라 현장 행보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이스북 메시지나 TV 출연 등을 통한 '공중전'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 행보로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 점은 일단 내달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까지 지켜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에 열려 있는 우호적 후보가 선출되면 흔쾌히 입당한 뒤 단일화에 나설 수 있지만, 상대하기 껄끄러운 후보가 선다면 당밖에서 '제3지대' 행보를 하면서 국민의힘과 단일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밖에서 먼저 '빅텐트'를 칠 가능성도 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텐트 없이 거대 정당과 단일화에 나서게 되면 과거 정몽준·안철수 사례처럼 결국은 힘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먼저 밖에서 '빅텐트'를 친 뒤, 국민의힘과 동등한 지위에서 협상해서 최종적으로 '그랜드 텐트'로 나아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대행과 정대철 헌정회장과의 회동이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대철 회장이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대표비서실장이었다. 정 회장과 이 고문은 서울법대 선후배로 극히 인연이 깊다. '개헌연대 빅텐트'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범상치 않은 만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점을 매개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연대 시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한 대행은 전주북중~경기고~서울상대를 나온 뒤, 공직 재직 중에 하버드에 유학해 석박사 과정을 밟은 것이고, 이 후보는 학부를 하버드를 나왔기 때문에 둘 사이에 얼마나 공감대가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도 겪어봤듯이 어르신들이 젊다고 쉽게 접근했다가는 큰코 다치기가 십상인 결코 녹록지 않은 협상 상대"라며 "사실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를 한 텐트 아래 모은다는 구상 자체에 회의감이 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국민의힘 주자들, '한덕수 상수화'에 부산
김문수측 인사들, 일제히 '을지문덕' 컨셉
전통 보수층 표 끌어모은 뒤 중도와 결합
단일화로 단일후보 지지율 극대화 기대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대하빌딩에서는 한덕수 대행의 대두와 관련해 '선문후덕' '제2후단협' 등의 대응 구상이 나온다.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에 지금으로서 가장 열려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후보는 김문수 후보다.
김문수 후보 캠프에 있는 인사들도 최근 일제히 SNS를 통해 '을지문덕' 컨셉을 밀고 있다. 중국을 이긴 을지문덕 장군처럼, 좌파를 이길 사람은 '문덕(김문수·한덕수)'이라는 것이다. 분명 김문수 캠프에 몸담고 있는 인사인데도, 이들이 올리는 메시지에는 김 후보만큼이나 한 대행이 동등한 비중과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선문후덕' 구상을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먼저 김문수 후보를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밀어올린 뒤, 그 다음에 한덕수 대행이 무대로 나서서 단일화를 통해 단일후보의 지지율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김문수 후보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한껏 끌어모아 표를 결집한 뒤에, 호남 출신으로 좌우정권을 가리지 않고 중용된데다 '통상·경제 전문가' 이미지가 있는 한덕수 대행이 가지고 있는 표와 결합한다는 셈법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만약 한덕수 대행이 단일후보가 될 경우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될 대선후보가 단일화에 앞서 당헌·당규상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이른바 '1호 당원'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2후단협' 핍박받아 역으로 지지 결집?
"○○○은 안된다" 의원들 움직임 나오면
후단협 몰며 고뇌의 결단으로 최종 승부
"보름 동안 38년간의 기법 다 등장한다"
'제2후단협' 구상은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에 별로 열려 있지 않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캠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끝나고 최종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컨벤션 효과'를 고려해도 직후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여전히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뒤처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5월 3일 후보 선출 직후에 여론조사를 돌리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후보 사이의 격차가 적게는 10%p에서 많게는 15%p 정도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추세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동요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술렁일 수 있다. "○○○ 후보로는 역시 안된다"라면서 당장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을 압박하거나, 심지어 후보 사퇴의 정치적 결단을 종용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위기감 고조를 역으로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게 '제2후단협' 구상이다. 예전 노무현 후보가 '광주의 선택' 등을 통해 분명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는데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를 만들어 흔들고 끌어내리려는 모습을 보인 게 동정 여론과 지지층 결집의 계기가 됐던 것이 선례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민심이 끓고 식는 게 죽보다도 빠르지만, 그간 일관됐던 게 있다면 민심은 항상 핍박받는 정치인을 동정하고 힘을 실어준다는 점"이라며 "공당의 엄정한 경선 절차를 거쳐 후보로 선출됐는데 흔들고 끌어내리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국민들은 반드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예상되는 움직임을 '제2의 후단협'으로 몰아가는 한편 궁극적으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면서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를 수용한다면,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처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극적 절차를 거치게 된다면 지지층이 결집되면서 이재명 후보와도 승부를 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지지율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계산도 뒷받침되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정치는 상상력의 예술"이라며 "지금부터 내달 11일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단 보름 동안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 동안 여덟 차례의 대선을 치르면서 등장했던 모든 종류의 정치적 수단과 기법들이 다 등장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